<여성금융인 열전>문정숙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여성금융인 열전>문정숙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 정선영 기자
  • 승인 2012.04.13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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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숙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편집자주: 유리천장. 일을 잘하고 똑똑해도 사회에서 여성이 높은 지위에 오르기까지 뚫어야 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일컫는 말이다. 금융시장에 종사하는 여성들도 유리천장을 피할 수는 없었다. 금융시장도 4대 은행에 여성임원이 없을 만큼 두껍기로 소문난 유리천장이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유리천장을 깨고 상위 1%로 우뚝 선 여성 금융인들을 만나봤다. 신입사원 시절 조그만 실수에도 주눅이 들고 남몰래 울기도 했던 여직원이 실력파 임원이 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을까. 유리천장 아래서 연약한 꽃으로 남기보다 이를 뚫고 큰 나무가 되는 쪽을 택한 베테랑 여성 금융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이력서가 20장이 넘었다. 1986년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교 소비자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정부부처의 소비자정책 자문 위원, 한국 소비문화학회 회장, 한국 소비자정책 교육학회 회장 등 주루룩 소비자 관련 이력이 줄을 이었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였던 소비자보호. 한 분야만 20년 넘게 연구해 온 전문가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문정숙 금융감독원 소비자담당 부원장보다.

"아무래도 외부에서 여대교수가 와서 숨쉬듯 편안하기는 어렵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여기에 왜 왔는지를 잊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2009년부터 금감원 소비자 업무를 총괄해 온 그는 신중하게 말문을 열었다.

교수직을 잠시 내려놓고 금감원 소비자담당 업무를 맡다보니 행여 외부에서 와서 부딪치는 소리가 날까 여러모로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금감원은 1천600명도 넘는 큰 조직이고 수평적 사회보다는 수직적 사회잖아요. 여자라서 적응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부딪치는 소리가 나거나 비난을 받으면 안되겠다 생각해요"

그는 오랫동안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목소리를 내왔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문정숙 부원장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6천원 짜리 목욕탕 휴식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소비자보호 업무다. 그래서일까. 문 부원장보는 일에 몰두하다보니 살이 많이 빠졌다며 안타까워 한다.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냥 주말에 공중목욕탕 가는게 나만의 시간을 갖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6천원짜리지만 스트레스도 풀리고. 뭐 나만의 미용법이라고 봐도 되고"

세련된 외모에서 생각하기 힘든 의외로 소박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1~2시간 정도 목욕탕에 다녀오면 스트레스가 가신다고 한다.

성격은 어떠냐고 묻자 비서를 불러 물어본다. "나는 어땠어요?"

제 3자가 보는 게 더 낫지 않냐며 웃는다. '금감원 10층은 너무 조용한데 (문부원장보는) 활기차다'는 비서의 답변이 돌아온다.

"학교에 있을 때보다 많이 다운된건데. 20대 여대생들은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깔깔 웃잖아요. 학교라는 곳은 늘 꽃이 피어있는 것 같아요"

문 부원장보의 입가에 미소가 스친다. 고요하고 일에 집중돼 있는 금융감독원에서 일하다보니 처음에는 힘들어 했지만 지금은 적응이 됐다.

▲일 오리엔티드! = "저는 일 오리엔티드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요"

문 부원장보는 학교에 있을 때보다 금융소비자에 대해 더욱 밀접하게 다가가고있다. 실무와 직결되는 만큼 일에 더욱 몰두하게 됐다.

"학문적으로도 소비자경제학은 현실적, 실제적인 학문이거든요. 시장조사도 해봐야 하고 직접 부딪쳐 봐야해요. 금감원에서는 직접 시장에 영향을 주니까 더욱 신중하게 일하게 되죠"

그는 금감원이 지난 2009년에 금융소비자보호 담당조직을 독립 본부로 격상하면서 처음 외부 전문가로 영입됐다.

모든 것의 처음은 쉽지 않은 법이다. 금융감독원이 금융시장의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을 개선하는 최전선에 서있는 만큼 더욱 일에 매진할 수 밖에 없었다.

금감원이 소비자보호를 독립적으로 다루게 된지 3년이 채 안됐기 때문에 새로 해야 할 업무투성이였다.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한 검사나 제재를 전담하는 금융서비스개선국을 신설하고 권역별 감독, 검사 협력을 강화하는 등 굵직한 일들이 줄을 이었다.

▲ 치우침 없는 소비자보호 = 금감원 민원 서비스도 핵심 업무 중의 하나다. 그는 금융회사나 소비자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정책을 위해 금감원에서 뽑은 전문 상담원으로 민원센터를 구축했다.

"처음에는 금융회사에서 파견된 수견직원들이 있었는데 상품 이해도는 높지만 금융회사 편을 든다는 오해를 받았어요. 그래서 그 제도를 없애고 전문 상담원들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금융 소비자들의 니즈는 상당한 수준이다.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감독당국과의 접점이 절실한 것이다. 금감원은 전국 어디서나 '1332'만 누르면 상담원과 연결되는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통합금융민원센터도 금감원 민원 업무 효율성을 크게 높여주고 있다.

"1년에 전화상담만 38만건, 민원은 8만5천건, 이중 4만여건이 분쟁 조정 건이에요. 업무 부담이 크지만 보람된 면도 많아요"

가끔 분쟁이 해결된 소비자로부터 금감원에 감사하다는 편지가 왔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문 부원장보도 마음이 뿌듯해진다.

"민원이 발생하는 건 금융회사와 소비자간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입니다. 금융회사가 만든 금융상품으로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 전달이 중요해요"

그는 금융소비자를 위한 효율적인 정책 마련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한다.

"소비자보호를 위한 학문에 실행력이 동반되는 정책이 따르는 것은 아주 의미있다고 봅니다"

▲골드미스, 진짜 실력은 조화와 소통 = "공부하다보니 꽤 늦게 결혼했는데 오히려 일을 많이 이해해주고 좋은 점이 많아요"

그는 마흔 살에 결혼해 마흔 네 살에 첫아이를 가졌다. 공부를 마치고보니 어느 덧 나이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늦게 만나서일까. 가족에 대한 마음은 애틋하다.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서둘러 일어나 지갑을 가져온다. 가족 사진이 두 장 소중하게 담겨있다. 한 장은 잘 나온 사진을 직접 프린트한 것이다.

"학창시절 저는 주로 도서관 데이트를 원할 정도로 공부를 좋아했어요. 미국 유학길에 올라 소비자경제학 박사학위를 따고 돌아오니 결혼할 시기를 놓쳤죠"

그런 만큼 골드미스에 대한 그의 생각은 관대한 편이다. 일이나 공부에 집중하고 열정을 다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문 부원장보는 일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집중하기보다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과 조화롭게 소통하는 것도 실력인 셈이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료 직원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해요. 아무리 하고자 하는 일이 훌륭해도 주변, 조직과 소통하고 이해받지 못하면 안됩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는거니까요"

▲내가 왜 여기에 있나 = 그는 조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르게 살라거나 선과 악의 구분과 같이 상당 부분 개인에 집중돼 있는 점도 중요하지만 내가 속해 있는 커뮤니티, 사회도 중요하다고 힘줘 말한다.

"어느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누굴 만나고, 누구와 함께 일하는가에 대해 시간을 내서 충분히 고민하고 깊이 생각해야 해요"

스타일과 스펙 등 개인적인 의미에만 너무 치중해서는 안된다고 문 부원장보는 잘라말한다. (성공하려면) 조직 내에서 어우러지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향후 금감원이 금융회사와 소비자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을 개선하고 사후적 보호에서 나아가 사전적 보호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원 분쟁 해결 뿐만 아니라 금융 교육을 활성화하고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국민들의 금융 이해력을 높일 수 있는 국가적 전략을 만들어야 합니다"

20년 넘게 소비자보호를 위해 일해 온 문정숙 부원장보.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은 지금도 기본 원칙으로 자리잡고 있다.

"내가 이 곳에 온 목적, 왜 여기 있는지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항상 자신의 자리에서 해야 할 역할과 본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그의 말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문정숙 부원장보는 1979년 숙명여대에서 가정경제학 석사, 1986년 미국 켄자스주립대학교 소비자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서울시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 위원,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한국 소비문화학회 회장, 한국 소비생활연구원 이사 등을 역임했다. 지난 1987년부터 숙명여대 경제학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로 근무한 후 휴직을 하고 2009년 12월부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로 취임해 소비자담당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syj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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