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화 서울외국환중개 사장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서울외국환중개는 외환매매와 원화 콜거래 중개 등에서 비교 우위가 있습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때문에 앞으로 수익 창출 여지는 점차 줄어들 수 있죠. 장기적인 안목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35년간의 한국은행 근무를 마치고 서울외국환중개로 자리를 옮긴 장병화 사장이 힘줘 말했다.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중개시장에서 CEO로 첫발을 디딘 만큼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 한은에서 통화금융 업무만 해도 20년 넘게 해왔다. 지금까지 경제에 대한 큰 그림을 봐온 셈이다. 이제는 금융시장 현장에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사람 마음이란 게 당장 수익이나 성과를 내고 싶죠. 하지만 조금씩 직원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으면서 페이스를 조절해가며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고 싶습니다."

중앙은행에서 CEO로 자리를 옮긴지 일주일 남짓. 의욕이 앞서 눈앞의 성과 위주로 치닫지 않도록 차분하게 속도조절을 하겠다고 그는 말한다.

"아직은 회사에 대해 이것 저것 구상하다보면 어느새 시간가는 줄 몰라요. 이메일을 쓰고 보면 점심 시간이나 금요일 저녁이기도 해서 가끔 아차 싶죠. 차분하게 직원들과 힘을 모아서 회사가 발전할 수 있도록 일을 해 나갈 생각입니다"

다음은 장병화 사장과의 문답.

-외국환중개로 자리를 옮겼는데 소감은

▲출근 날짜만 보면 얼마 안됐는데 업무 보고, 인사 등으로 바쁘게 보냈다. 오랫동안 통화 금융을 맡다가 이제는 시장에 기여할 수 있어 나는 참 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한은에서 책상에서 간접경험한 것과 시장에서의 실제 거래는 다르니까. 사고 없이 리스크 관리를 잘해야 하는 점도 주의가 필요할 듯하다.

한은에서 큰 흐름만 보다보니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 좀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장단기 과제를 구체적으로 세우려고 한다.

조직, 인력, 정책 제도적 측면 등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생각 중이다. 조금씩 구상해서 임기내에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하고싶다.

-한국은행에 30년 넘게 근무했으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가

한은에 있으면서 느꼈지만 단기 금융시장, 채권, 외환시장 등은 다 연계돼 있다. 금융시장이 글로벌화 돼 있고 거래도 원화, 외화 등이 연결돼 있다. 세계 시장이 맞물려 돌아가는 만큼 서울외국환중개도 한쪽에만 치우칠 게 아니라 여러 시장을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 회사를 맡아 실적에 대한 부담도 클 듯하다. 전임 김병화 사장과 이름도 같다.

▲이전 김병화 사장 재임기간 3년간 성과가 상당히 좋았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금융위기가 회복되는 동안 회사가 좋은 성과를 냈는데 이런 좋은 회사를 물려받은게 한편으로는 부담이고 한편으로는 좋기도 하다.

앞으로 3년간은 성과보다는 어려운 경쟁여건 속에서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려고 한다. 연계성 높은 시장에서 금융시장 효율성을 높이도록 하겠다.

-새로 구상하고 있는 것은 어떤 계획인가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만만치 않은 도전과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유럽 채무 위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회복 지연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대내적으로는 중개회사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경쟁사들은 전산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외환매매팀을 새로 구성하고 있다. 파생상품 중개의 경우도 신규 진입한 중개사들이 많아졌다.

서울외국환중개도 전산시스템이 잘 돼있고 외환매매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콜차입, RP, 채권 쪽 거래는 아직 단순 중개에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으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중장기적 안목을 갖고 파생상품 중개와 채권 중개 활성화, 선진 중개상품 개발 등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해야 한다.

또 여러 상품들을 복합적으로 중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시장전체를 볼 수 있는 전문가도 필요하다. 해외의 선진 기법도 배워야 할 것으로 본다.

고객들이 우리를 신뢰하고 소중한 동반자로 오래 남기 위해서는 전산화 확대, 시장 정보 수집 분석 능력 강화 등으로 수준 높고 차별화된 중개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자금중개 회사로 회사가 발전할 수 있도록 미래의 청사진을 구축하는게 필요하다.

-한은에서는 꼼꼼한 상사로 소문이 자자하다. 나는 어떤 상사인가

▲어떤 직원이 인사를 전하면서 "남들은 까다롭고 어려운 상사라는데 저는 좋았습니다"라고 해서 조금 충격을 받았다. 나는 유하고 좋은 이미지라고 생각했는데.

업무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에 안 차면 못견디는 성격이다. 허점을 잘 못견디는 편이다.

예전에 한은 근무할 때 초창기 조사부 시절부터 선배들이 철저히 가르친 영향도 크다. 업무만큼은 완벽해야 한다는 그때의 습관을 못버렸다.

일에 있어서만큼은 그런 부분은 훈련 과정이기도 했다. 욕하면서 배우고 그러지 않나. 그래도 후배들 중에 이제 하산해도 되겠다고 봤던 후배들은 대부분 한은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

그런데 다른 건 소탈한 편이다. 옷, 음식, 사람관계도 별로 까탈스럽지 않다. 내가 내 옷을 사입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냥 와이프가 주는 대로 입는다. 사람도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줄이면 되지 좋다 나쁘다로 단정짓지는 않는 편이다.

-중개회사는 한은과 많이 다를텐데. CEO 되고 달라지는 것도 많을 듯하다.

▲한은맨은 대체로 성실하고 자기 생활을 열심히 한다. 그런데 드라이하게 일만 하는게 인생을 잘 사는 것은 아닌 듯하다.

학교 다닐때는 운동도 많이 하고 독서, 여행 등 취미도 많았는데 한은 입행 후 조사부 시절부터 편하게 집에가서 놀아본 적이 없다. 한은 직원들이 일안하고 게으르다고 지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한은 퇴임 후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이 USB를 주셨다. 여행사진들이 담겨 있었는데 참 멋진 사진이 많았다. 나도 취미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도 그렇고 한은 사람들 골프를 참 못친다. 직원들이 CEO로서 골프 쳐야 할 거라고 이야기하던데 걱정이다. 나는 자기공 찾기 바쁜데 손님공 찾을 틈이 있을지 모르겠다.

-사회생활을 할 때 원칙은 무엇인가

▲아버지가 선생님이셨는데 항상 인내와 성실을 강조하셨다. 그래서인지 우리 형제들은 대부분 참을성이 많다. 고향이 대구인데 대구는 춥고 덥지 않나. 그런데 나는 추위, 더위 잘 참는다. 열악환 환경, 맛없는 음식 이런 건 좀 참는 편이다.

이 점이 사회생활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화가 나거나 감정이 격해졌을 때도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개회사는 조직 운용도 굉장히 효율적이고 내부적으로도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경쟁에서 뒤쳐지는 사람도 배려해야 할 듯하다. 바로 물갈이하고 그런 것도 있는데 직원들에게 근무 환경을 좀 더 좋게 만들어주고 싶다.

-한은에서 일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일은

▲1997년 한은법 개정 당시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때 한은법 개정 논리를 만드는 자료 작성과 핵심 작업을 했다. 한은법 개정의 논리를 만든 셈이다.

원래는 감독원 분리는 안하는 걸로 돼 있었는데 IMF시기가 오면서 금융개혁법안이 넘어가 한꺼번에 처리됐다. 당시 감독원이 떨어져 나가면서 논리를 제공했다는 오해를 많이 받아 마음고생을 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은법 개정에 대해서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또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책기획국장으로 있었는데 총액대출한도 증액, 지준부리, 자본확충펀드 지원 등 굉장히 많은 일들이 쏟아졌다. 당시 국 직원들이 고생을 엄청 많이 했다. 놀랍게도 나는 공장 가동률이 80~90% 수준이라 더 못할 줄 알았는데 다 돌아가더라. 당시 직원들이 고생해서 일을 해서 금융위기를 빨리 극복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한은맨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어떤 생각이 드나

▲좋은 정책은 평소에도 중요하지만 위기 때 역량을 잘 발휘하는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훌륭한 관료들이 적절한 힘을 발휘하면 국가위기가 와도 몇조 원에 달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적기에 좋은 인력들을 발굴해 내서 긴급할 때 역량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한은이 최종대부자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기관이나 연구보다 정책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타이밍을 놓치거나 정책을 잘못하면 안된다. 동물적, 육감적인 노련함이 필요하다.

외환위기 당시 위기 겪으면서 실력을 쌓아온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인력은 잘 육성할 필요가 있다. 역량, 경험을 갖춘 인력을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

-앞으로 포부 한말씀

CEO로서 이 회사에서 정말 잘하고 싶다. 첫 CEO 이자 마지막 CEO가 될지도 모른다. 한은에서 겪은 경험들을 살려서 직원들과의 소통, 화합과 회사발전, 금융시장의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다.



장병화 사장은 지난 1977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조사국 경제예측팀장, 조사국 부국장, 비서실장, 런던사무소장, 금융시장국장, 정책기획국장을 거쳐 지난 2009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 한국은행 부총재보를 역임했다. 올해 4월 서울외국환중개 사장으로 취임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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