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FICC 사업이 증권사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FICC는 'Fixed Income, Currency, Commodity'의 약어다. FICC는 외환과 금리 그리고 원자재 등과 관련된 현물과 파생상품을 운용하는 곳을 말한다. 원조격인 글로벌 IB는 FICC 내에서 상품개발과 세일즈, 운용, 결제까지 거의 전 과정을 소화한다. 국내 일부 대형사도 글로벌 IB를 벤치마크하고는 있지만 사업 규모나 시스템 면에서는 아 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에 꾸준한 투자가 전제된다면 새로운 황금알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재 FICC 관련 부서를 둔 국내사는 10여개사. 주요 증권사들을 찾아가 FICC 주력 분야와 비전, 인력구조, 수익구조 등 사업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최환웅 기자 = 대신증권 FICC팀은 수익성이 높은 조직이다.

2009년 7월에 팀이 창설된 이후 첫 해부터 지금까지 열 명도 안되는 인원이 해마다 100억원에서 150억원 정도 수익을 냈다. 수익의 3분의 1은 직접투자에서, 3분의 2는 상품설계와 판매를 통해 벌어들였다.

경영진의 신속한 의사결정, 젊고 경쾌한 팀원들, 가볍고 유연한 조직, 주식파생 과 채권파생상품의 통합운영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동훈 파생상품운용부 부장은 14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익성의 비결로 경영진의 빠른 의사결정을 첫 손에 꼽았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FICC 사업모델의 특징과도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 사진 설명 = 이동훈 대신증권 파생상품운용부 부장.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항공우주공학 박사와 금융공학 석사를 취득한 뒤 서른셋의 나이로 금융계에 입문했다. 하나은행 금리옵션 담당과 대우증권 파생상품투자 업무를 거쳐 2008년 대신증권에 합류했다.>

▲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 = 이 부장은 FICC 분야의 특징으로 안정적이고 정석화된 사업영역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주가연계증권(ELS)과 주식워런트증권(ELW)이라는 안정화된 사업모델이 있는 주식(equity) 분야와는 달리, FICC 분야는 안정된 흐름없이 시장 상황에 따라 유행이 계속 변하고 그때마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동훈 부장은 "본드스왑이 확대되면 파워스프레드와 연계된 DLS를 발행하고, 크레딧스프레드가 커지면 BtB(Back to Back) CDS 거래와 CLN(Credit Linked Notes) 발행을 늘린다. 또 국고채-CRS 베이시스가 확대되면 국고채 스왑에 연계된 DLS를 발행하는 등 시장환경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대신증권 ficc팀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딜은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좋은 딜이나 새로운 딜, 바꿔말해 수익성이 좋은 딜을 하려면 의사결정이 빨라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제라인을 통과하려면 하세월인 대형사와는 달리, 대신증권은 책임 있는 최고경영자까지의 거리가 가깝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부장은 자신이 CEO 결제를 받기까지 불과 두 단계만 거치면 된다고 설명했다.

경영진의 결단력이 대신증권 FICC팀에 신속함을 가져왔다면, 젊은 구성원들은 순발력을 더했다.

파생상품운용부를 책임지는 이동훈 부장은 1972년생으로 올해 갓 마흔을 넘겼고, 박사급 퀀트인력 3명과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FICC를 전담하는 6명의 팀원들은 20대와 30대 초반이다.

이 부장은 "팀원들의 평균 나이가 서른 한살이나 서른 두살 정도"라며 "조직이 젊고 슬림한 만큼 순발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안정된 조직도 대신증권 FICC팀의 강점이다. 이 부장이 FICC팀을 꾸린 후 추가인력 영입은 꾸준히 진행됐지만 기존 인력의 급격한 교체는 없었다. 인적자원이 핵심인 FICC팀에서 유연성과 안정성을 모두 갖춘 셈이다.

▲ 활발한 의사소통, 리스크 관리에도 긍정적 = 이 부장은 정량적인 리스크 관리보다 정성적인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반적인 리스크 관리는 위험을 정량화해서 이를 관리하는 정량적인 측면을 뜻하는데, 시장 규모도 크지 않은데다 증권사의 재무위험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이 엄격한 우리나라의 특성을 감안하면 정량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파생상품과 FICC 분야에서는 정량화될수 없는 정성적인 리스크가 가장 크다"며 "리먼사태나 블랙먼데이처럼 아무리 정량화하려고 해도 정량화되지 않는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을 진행할 때 프론트 부서가 미들 오피스보다 빨리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이런 속도차이를 경영진에서 보고 조정해줘야 한다"며 "정성적인 리스크는 프론트 부서와 경영진의 의사소통을 통해서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한 것처럼 정성적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신속하고 원활한 소통과 책임 있는 결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 주식ㆍ비주식 파생상품 통합운영..헤징비용 시너지 = 대신증권은 대부분의 증권사들과 달리 주식파생상품팀과 비주식파생상품팀을 파생상품운용부로 묶어 함께 운용하고 있다.

ficc와 주식을 함께 고려해야 최적의 헤지방법을 찾아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기때문이다.

이 부장은 "예를 들어 토탈리턴스왑(TRS. Total Return Swap)과 같은 거래를 할때 주식이나 주식옵션, CDS등 다양한 방식으로 헤지할 수 있는데 팀이 나눠져 있으면 주식 쪽을 활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TRS는 기존의 주식 스왑(Equity Swap)과 유사한 형태로, A금융기관이 보유 중인채권의 가격변동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보유채권의 가격이 오르면 오른 만큼을 B금융기관에 주고 가격이 내려가면 그 차액을 B금융기관으로부터 받는 형태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말한다. TRS를 통해 A는 채권가격변동위험을 헤지할 수 있고 B는 채권매입없이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다.

그는 "특히 유동성이 부족한 시장 상황에서 CDS 금리가 악화되면 주식 공매도 등의 방식을 활용해 헤지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다양한 상품 공급..외환부문 확대 = "의사에게는 약이 필요합니다. 대신증권이라는 금융주치의가 활용할 다양한 약을 공급하겠습니다"

이동훈 부장은 파생상품운용부의 비전으로 '다양한 위험구조와 수익구조의 상품을 공급하는 생산기지'를 제시했다.

회사의 북 규모가 커지면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수익성 좋은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또 다양한 상품이 북 규모를 키우는데 일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파생상품운용부는 또 올해 안으로 대신증권의 외환 거래를 총괄한다. 거래를 모아서 하면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홍콩 항셍H지수와 런던 금시장 가격 등 해외자산을 기초로 한 ELS(주가연계증권)와 DLS 판매 등에 따른 헤지와 트레이딩 목적의 거래에서, 회사의 외환 거래 채널로업무영역이 넓어지는 셈이다.

대신증권은 자체운용 FICC 영업도 곧 시작할 예정이다. 이동훈 부장은 "이미 준비는 모두 끝났다"며 "문제는 시기"라고 밝혔다. 자체운용 FICC 영업에 따르는 비용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 중이라는설명이다.

그는 "안정적인 수입창출은 우리 부서가 지켜야할 기본 바탕"이라며 "지금까지의고수익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대신증권만의 플레이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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