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FICC 사업이 증권사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FICC는 'Fixed Income, Currency, Commodity'의 약어다. FICC는 외환과 금리 그리고 원자재 등과 관련된 현물과 파생상품을 운용하는 곳을 말한다. 원조격인 글로벌 IB는 FICC 내에서 상품개발과 세일즈, 운용, 결제까지 거의 전 과정을 소화한다. 국내 일부 대형사도 글로벌 IB를 벤치마크하고는 있지만 사업 규모나 시스템 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에 꾸준한 투자가 전제된다면 새로운 황금알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재 FICC 관련 부서를 둔 국내사는 10여 개사. 주요 증권사들을 찾아가 FICC 주력 분야와 비전, 인력구조, 수익구조 등 사업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한화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FICC 사업의 선두 주자가 아니지만, 절대적인 강자도 존재하지 않는 분야로 보고 있다. 유로존 우려가 확산하는 상황을 이용해 신용파생상품 개발 등에 역량을 집중하며 업계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용제 Global FICC 본부장(상무)은 21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국내 증권사의 FICC 사업은 아직 궤도에 오르지 않았다"며 "증권사 가운데 분명 선두 주자는 있으나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이 집중하는 것은 고객 기반의 플로우를 개발해 새로운 수익 비지니스를 찾는 작업이다. 이용제 본부장은 국내 증권사들이 공통적으로 취약한 분야가 커스터머 플로우 확충에 있다고 진단한다. 한화증권이 FICC 사업에서 도약할 수 있는 방안도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맞춤형 상품 개발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본부장은 "한화그룹의 핵심 가치가 '도전'과 '헌신', '정도'"라며 "조직에 대한 헌신은 프로답게 일하는 것이고 정도는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추구해야 할 도덕성이며, 마지막으로 도전은 FICC의 국내 최강자가 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용제 본부장.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와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지난 1991년 한국장기신용은행에서 이자율 트레이더 등의 역할을 맡으면서 20여년간 채권시장과 인연을 맺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한화증권에 FICC본부에 자리를 잡았고, 직전에는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관련 시장리스크 관리 및 자산 운용을 담당했다.>



▲FICC본부 조직 구성은= FICC본부는 약 40여명의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본부 밑에 리테일채권팀, 채권영업팀, FICC상품팀, 채권운용팀 등이 있다. 이 가운데 FICC상품팀은 구조화상품 개발을 비롯해 FX트레이딩과 이자율트레이딩 등을 수행한다. 이자율 트레이딩에 있어 채권운용팀과 차별을 두는 부분은 가급적 커스터머 플로우 기반의 트레이딩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채권운용팀의 경우에는 맡고있는 환매조건부채권(RP) 운용 등을 통해 RP자산 관리를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팀별 협력 방법은 필요시 유연하게 대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예를 들어 리테일 분야의 트렌드가 변해 매력적인 상품이 나온다면 구조화상품팀 등에 관련 소싱을 요청하거나, 영업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생긴다면 토털 시스템으로 같이 협력하는 방식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운용인력의 전문화를 FICC본부의 주요 강점인 동시에 향후 목표로 꼽았다. FICC사업의 특성상 기존의 비지니스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하는 역량이 필수적인 만큼 조직원들 개개인의 전략적인 사고방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외부인력 충원을 계획하진 않고 있다.

이 본부장은 "우수한 내부 직원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조직 역량을 한 단계 '점프 업(jump-up)'시키고자 한다"며 "조직 차원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이 직원들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대고객 사업의 최종 단계 진입 노린다"= 이 본부장은 FICC의 대고객 업무에 있어 추구해야 할 3단계 가운데 현재 한화증권은 2단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고객의 수요를 찾아 수수료를 받으며 알선해주는 역할이 초창기 단계라면, 두 번째는 각기 다른 고객들의 주문을 받아 해당 리스크를 감수하며 일종의 스프레드 형식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이 본부장은 "결국 적극적으로 리스크관리 툴을 이용해 그곳에서 파생되는 이윤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북 메니지먼트' 단계가 세 번째 단계가 될 것"이라며 "한화증권의 경우 각기 다른 수요를 관리하며 스프레드 이윤을 추구하는 두 번째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대고객 서비스의 경우 증권사마다 가지는 인지도도 중요한 경쟁력 중의 하나다. 이 본부장도 '한화'만의 브랜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FICC본부만의 조직 문화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한화증권 FICC본부라고 하면,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곳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며 "고객 서비스의 신속성 등 한화증권만이 내세울 수 있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FICC 걸음마 단계= 국내 증권사가 해외IB 등에 비해 뒤쳐지는 부분의 대표적인 것이 FX 트레이딩이다. 한화증권도 외환업무의 경우 프랍트레이딩에만 집중하면서 관련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외환 대고객 트레이딩 등의 비지니스는 유가증권 매매와 관련해 환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련 사업 등이 동시에 육성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본부장은 크레디트 라인 구축 등을 포함해 국내 대형은행이나 해외IB들에 비해 국내 증권사들의 FICC 도전 과제가 많은 만큼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도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증권사들이 세계적인 IB가 되려면 원화자산만을 취급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증권업의 FICC 사업 규모가 확대되더라도 원화 비지니스만 치중하게 된다면 대형IB라고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뿐 아니라 이종통화를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관계 당국에서 국내 증권사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국내 제조업의 성장에 걸맞게 금융업에서도 글로벌 IB가 나와야 한다는 계획 하에 당국의 지원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의 육성 의지 속에 각 증권사별로 FICC본부의 역량을 어떻게 결집해 발전시켜 나가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빠진 시장 전망이 곧 사업 기회"= 이 본부장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 등 유로존을 둘러싼 대외 리스크가 확산하는 만큼 새로운 수익원도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와 관련해 신용파생상품 등의 수익원이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외경기와 관련,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경제지표 개선에 대한 확신이 없다 보니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시점도 지연되고 있었는데 한은의 우려가 더욱 가시화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유로존 내의 그리스와 스페인 문제가 쟁점화되며 상황이 악화되는 한편 국내 인플레 등은 다소 가라앉는 이슈가 되고 있다"며 "결국 올해 금리인상은 어려워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본부장은 "시장 일부에서 금리인하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 정도로 국내 경기가 하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리는 (금리동결 기조 속에)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는 와중에 작은 이슈에 민감히 반응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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