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FICC 사업이 증권사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FICC는 'Fixed Income, Currency, Commodity'의 약어다. FICC는 외환과 금리 그리고 원자재 등과 관련된 현물과 파생상품을 운용하는 곳을 말한다. 원조격인 글로벌 IB는 FICC 내에서 상품개발과 세일즈, 운용, 결제까지 거의 전 과정을 소화한다. 국내 일부 대형사도 글로벌 IB를 벤치마크하고는 있지만 사업 규모나 시스템 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에 꾸준한 투자가 전제된다면 새로운 황금알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재 FICC 관련 부서를 둔 국내사는 10여 개사. 주요 증권사들을 찾아가 FICC 주력 분야와 비전, 인력구조, 수익구조 등 사업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신한금융투자 FICC본부는 최근 공격적인 인력 확충으로 채권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금리 변동성 축소와 이에 따른 거래량 감소 등으로 대부분 증권사들이 보수적인 스탠스를 보이는 것과 달리, 신한금투는 시니어급 운용역을 영입하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재명 FICC 본부장(상무)은 29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FICC본부의 장점이자 단점이 조직이 젊다는 점"이라며 "5월 들어 경력 15년 이상의 시니어급 부서장을 세 명 영입한 데 이어 앞으로도 시니어급 위주로 인력을 계속 충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신한금투를 비롯해 증권사의 가장 큰 수익원은 FICC 사업 부문에 있는 만큼 인력 영입은 물론 운용 시스템 등 내부 인프라 확충에 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신한금투 FICC본부는 채권금리의 낙폭이 제한적인 올해 장세에서도 상대적으로 스프레드 축소폭이 큰 크레디트물을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국고채 시장에서는 방향성 매매보다는 캐리 수익을 추구해 작년대비 나쁘지 않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신재명 본부장. 84학번으로 서울대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삼성생명에서 주식 매니저로 금융시장에 입문한 뒤 1992년부터 같은 회사 채권 운용역이 됐다. 지난 2003년부터 삼성자산운용과 국민은행, 메리츠증권에서 채권운용팀장을 각각 역임했다. 이후 프랭클린 템플턴 투신 기관영업 이사와 RG자산운용 투자운용본부 상무를 지낸 뒤 올해 1월부터 신한금투에 합류했다.>

▲'오고초려'로 시니어급 인력 영입.."공격적 행보 계속"= 신한금투 FICC본부에는 현재 41명의 인력이 일하고 있다. 신 본부장은 연내 50명까지 조직원 수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영입 대상은 이번 달 조직에 합류한 이철진 부장과 소상현 부장, 윤상호 부장 등과 마찬가지로 경력 15년 이상의 시니어급 인력이다.

신 본부장은 "이번 달 조직에 합류한 세 명의 부장들은 스펙 운용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운용, AI 펀드 운용 등에서 시장의 명성이 자자한 15년차 이상의 전문가들"이라며 "모두 3개월간 찾아다니며 '오고초려'를 통해 영입한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FICC 본부 조직이 젊기 때문에 미래성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보면 경험이 부족하다고도 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경험 많은 인력들 계속 충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월 증권사 출신의 강대석 사장은 신한금투가 은행 계열의 증권사로서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기 위해 증권사 고유의 색깔을 입히는 작업에 착수했다.

실제 신한금투는 강 사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단행한 지난달 조직개편에서 트레이딩 사업의 상품 공급과 운용 역량 강화를 위해 'S&T(Sales&Trading)그룹'을 신설했다. 신설된 S&T그룹에서 에쿼티본부와 함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신 본부장이 있는 FICC본부다.

FICC본부 안에는 FICC상품팀과 FICC운용1팀.2팀, 채권운용팀, RP운용팀, 채권영업팀 등이 있다. FICC 상품팀에서는 리테일채권과 DLS 제조.판매 등을 맡고, 운용1팀과 2팀에서느 프랍트레이딩으로 방향성 매매와 함께 DLS(파생연계증권) 원금북을 관리한다. 채권운용팀에서는 ELS(주가연계증권) 원금북 운용 등을 담당한다.

▲상품 '프라이싱' 능력이 경쟁력..아시아지역 절대강자 노린다= 신한금투 FICC본부는 공격적인 인력 확보 외에도 연내 DLS상품과 관련한 벨류에이션 전산 프로그램 런칭을 앞두는 등 인프라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신 본부장은 "신한금투의 경우 DLS 판매잔액이 작년 기준 7위였지만, 올해는 5위 안에 들고자 한다"며 "실제 국내 증권사의 상품 구성은 대동소이하며 결국은 가격 설정(프라이싱)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일즈와 트레이딩의 유기적 결합을 꾀하며 보다 좋은 가격을 적절한 시점에 내놓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안정적이고 보수적이라는 기존의 신한금투 이미지를 탈피한다는 맥락에서 신 본부장도 보다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고수익 상품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한금투는 향후 3년간 본사와 지점영업 비중을 5대5로 끌어올리고자 한다. 현재 본사와 지점영업의 수익 비중은 3대7가량이다. 본사 영업기반을 강화하는 데는 수익 기여도가 높은 FICC본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신 본부장은 "세계적으로 '탑3'에 드는 증권사를 보더라도 모두 FICC부문의 수익 기여도가 가장 높다"며 "회사의 핵심 부서를 책임지는 만큼 채권 매니저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보람도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본사 수익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FICC본부가 착수한 사업 중 하나는 신한금투만의 FICC 운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이다. 퀀트 인력을 동원해 자체 헤지가 가능한 파생상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한다는 목표다. 신 본부장은 운용 시스템 론칭까지는 약 3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다 장기적인 FICC본부의 목표는 아시아지역의 절대 강자가 되는 것이다.

신 본부장은 "흔히들 국내 증권사에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지만, 사실상 달러 레버리지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IB가 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자본 규모가 미국계 못지않은 노무라증권도 글로벌 시장에서는 두각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기축통화국이 되지 않는 이상 신한금투는 아시아 지역에 특화되는 절대적 강자가 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캐리수익에 집중..시장 방향성, "6~7월에 결정될 것"= FICC본부의 올해 수익은 RP 운용과 DLS.ELS원금북 운용 등에서 좋은 결과를 보고 있다. 금리 변동성이 제한적인 만큼 방향성 매매보다 캐리 수익 등을 통해 작년대비 나쁘지 않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신 본부장은 "채권금리의 하락이 제한될 때 증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돈을 벌기 쉽지 않으나,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수익이 나쁜 것도 아니다"며 "단적인 예가 올해 장세"라고 언급했다.

그는 "작년보다 크레디트 채권 투자 비중을 더욱 늘리며 스프레드 축소에 따른 수익을 올렸고, 채권금리의 상승과 반락을 통해 결국 캐리 측면에서도 수익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RP운용팀은 보수적인 본드-스와프 포지션 구축으로 최근 본드-스와프 역전폭 확대 장세에서도 나름 선방했다"고 덧붙였다.

신 본부장은 올해 초 신한금투로 자리를 이동한 뒤 인력과 인프라 구축 등에 있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 포지션에 있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현재까지는 중립적인 관점을 유지하며 방향성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조직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그 시점을 6월이나 7월 정도로 보고 있다.

신 본부장은 "유로존 상황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겠지만, 현재 상황은 누구도 단정 지을 수 없는 안개속 국면"이라며 "운용 포지션을 중립으로 가져가며 방향성이 정해지면 한쪽으로 베팅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 상황이 더욱 악화되며 그리스 외의 다른 나라로 문제가 전이되기 시작한다면 유로존이 붕괴될 수도 있고,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 같은 상황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고, 대략적인 내용은 6월이나 올해 하반기 초쯤 판단이 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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