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출신이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에 올랐다. 주인공은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상무.

김 상무는 9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시기에 중책에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객이 만족할만한 수익률로 보답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우리운용은 지난 6일 조직개편을 통해 김 상무를 주식·채권·인덱스(ETF포함)·헤지펀드 운용 총괄 CIO로 임명했다.

펀드매니저로의 변신을 시도한 지 3년만에 이룬 쾌거다.

앞서 삼성증권에서 리서치 센터장을 역임했던 그는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셀(sell) 사이드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이름을 떨쳤다. 그런 그가 절대수익형 펀드에 대한 꿈을 가지고 바이(buy) 사이드로 이동했을 때, 업계는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김 상무는 "바이 사이드로 옮길 때 했던 결심은 진짜 실력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며 "이제는 주식운용 섹터를 총괄하게 된 만큼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믿음가는 금융상품을 만들어 실력을 증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우리운용은 삼성그룹주와 레버리지, 글로벌 채권 펀드 등 동시에 신상품을 출시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CIO가 된 김 상무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타 운용사의 기본 펀드인 삼성그룹주 펀드를 이제야 선보이게 된 데는 삼성 출신인 CIO가 차별화된 시각을 보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믿음도 담겨져 있다"며 "대표 펀드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그간의 노하우를 잘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증권에 입사해 2006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됐다. 그해부터 3년 연속 홍콩경제지 '아시아머니'가 뽑은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됐으며 지난 2010년부터 우리운용에 새 둥지를 틀었다.

다음은 김 상무와의 일문일답.

--축하한다. CIO로서 가지는 목표가 있다면.

▲ 고객들에게 수익률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려한다. 회사가 새로운 도약을 하는 시기이니만큼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결국 차별화된 수익률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시대가 변하면서 다양한 상품이 나왔지만 안정적인 초과수익을 실현하는 상품은 얼마 없다. 고객들이 불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불안감을 우리운용의 이름으로 없애드릴 생각이다.

--앞서 주식과 알파운용만 담당하다 채권과 인덱스(ETF포함)까지 영역이 넓어졌는데.

▲ 그만큼 부담은 크지만 오히려 잘됐다. 내가 만들고싶은 절대수익형 펀드는 주식만으로는 안된다. 채권과 ETF 등 다양한 재료를 버무려 먹고싶은 수익률을 만들어 내야한다. 최근 쏟아지는 신상품들만 봐도 주식에 국한되는 경우는 별로 없지 않나.

--우리운용의 경우 대표펀드가 취약한 게 사실이다. 내부적으로 주력하는 상품이 있다면.

▲ 일단 공모펀드의 수익률을 상위 30%로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대표펀드는 이후 자연스럽게 생기리라 본다. 최근에 출시한 레버리지나 삼성그룹주 펀드도 타사에 비해 늦었지만 차별화된 수익률을 보인다면 충분히 대표펀드가 될 수 있다.

--증권사 센터장 출신이 자산운용사 CIO에 오른 경우는 처음이다. 스스로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 후배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애널리스트를 오래하기에 국내 환경은 녹록지 않다. 궁극적으로는 셀 사이드에서 바이 사이드로 와야 한다. 홍콩만 봐도 애널리스트와 브로커, 매너저를 겸업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결국엔 전문성 문제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닥터 둠'이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본인은 진짜 비관론자인가.

▲ 솔직함에서 비롯된 별명이다. 평소에도 거짓말을 잘 못한다. 나의 시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다보니 그런 별명이 생겼다. 기본적으로 우울하거나 비관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개인적인 성격은 조울증 보다는 조증이 있다고 하는게 맞을 정도로 낙천적이다.

--그렇다면 '솔직한' 시각에서 올해 국내 증시는 어떨것 같나.

▲ 올해 연말 지나고 기회가 올 것 같다. 최근 각국 정부가 양적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선반영 됐다고 봐야한다. 결국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연말 이후 정부의 정책기조와 관련해 일련의 충돌이 발생한 다음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올 것같다. 지수가 빠진다고 무조건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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