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25년의 월가 경험을 자랑하는 데이비드 전 KDB산은자산운용 신임 최고투자책임자(CIO) 겸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한 지 한달이 지났다.

데이비드 전 대표는 17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무거운 책임을 진 자리라는 사실을 출퇴근 길마다 마음에 새긴다"며 "고국으로 돌아오기로 결심했던 첫 마음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한달 새 KDB산은자산운용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일단 사무실의 책상을 가로막고 있던 파티션이 사라졌다. 아침회의 시간도 20분 내외로 크게 줄었다. 매니저와 팀장, CIO를 거치던 서류 보고체계는 사라진 파티션 덕분에 의자에서 일어나 이야기로 대신한다.

기존 주식운용팀은 모두 해체하고 포트폴리오매니저팀, 리서치팀, 트레이딩 팀 등 직능 중심 체제의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개별 매니저의 책임 권한이 그만큼 강화된 셈이다.

전 대표는 "업무의 효율성과 집중력 향상을 위해 자리배치부터 조직체계까지 변화를 줬다"며 "조직이 안정되고 나면 직원들의 업무시간도 탄력적이고 집중력있게 변화를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이 많다보니 점심을 스타벅스 샌드위치로 때우는 경우도 많다.

그는 "점심시간에 점심먹으러 나가던 직원들에게 본의아니게 압박을 주는 것 같아 미안할 때도 있다"며 "단지 장이 열려 있을때는 투자자들의 돈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비롯된 습관"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경영 전략에 대해서는 '파이오니어'가 되겠다고 일축했다.

전 대표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운용업계 개척자로 거듭날 것"이라며 "산은금융그룹이 세계 시장에서 손꼽히는 금융사로 올라섰을 때 당당한 계열 운용사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 대표는 미국 칼럼비아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8년간 미국 베어스턴스에서 수석 투자전략가로 근무했다. 2000년 헤지펀드 운용사 트리스타어드바이저를 설립해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지냈으며 한국과 멕시코, 싱가포르, 태국, 인도 등 국가 경제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다음은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한달만에 살이 많이 빠졌다. 많은 일을 한 것 같은데 가장 주력한 부분은 무엇인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설득하는 데 신경썼다. 주식운용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한국에는 상사가 시키면 무조건 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지만 동료들 사이 공감이 있고 없고는 큰 결과차이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 있었던만큼 그 간극을 좁히는 데 주력했다.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일인데 나부터 신뢰를 얻는게 당연한거 아닌가.

--직접 겪어보니 KDB산은자산운용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강점은 회사 이름이고 단점은 비즈니스가 이름에 맞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산은금융그룹이라는 큰 배경과 이름에 맞지않게 남들에게 다 있는 그냥 그런 상품들로 계열 운용사를 채워왔다. 그러다보니 회사 이름에 걸맞은 대표 펀드가 부재했다. 이제는 KDB라는 이름에 걸맞은 상품과 운용 전략이 필요하다.

--전 대표 영입은 계열 운용사를 살리겠다는 그룹 차원의 선택이었다. 강만수 회장 역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취임 당시 강 회장의 가장 큰 부탁은 무엇이었나.

▲규모보다는 전문성 있는, KDB 이름에 걸맞은 운용사로 만들겠다는 내 목표와 강 회장의 부탁이 맞아 떨어졌다. 지금은 그런 내 관점을 믿어주고 지원해 주는게 가장 큰 힘이 된다. 강 회장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라는 시장의 시선은 다소 부담되기도 한다. 그렇기때문에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해 판단을 잘 하려고한다. 계획 없이 움직이는 것은 결과가 안난다. 지금은 그룹과 시장의 기대만큼 올라설 수 있도록 멀리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월가에서 헤지펀드 전문가로 유명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봤을때 한국 헤지펀드 시장은 현재 어떤 수준인가.

▲무엇보다 한국 헤지펀드에 대해서는 지금이 평가하기 매우 이른 시점이란 게 중요하다. 최근 금융 시장에 단기적인 관점으로 평가하는 추세가 형성되어있는데 헤지펀드는 절대 단기 성과로 평가가 불가능하다. 월가에서 근무했던 헤지펀드 운용사는 40년 업력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한국 상품들이 이런 곳과 지금 당장 경쟁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헤지펀드는 학비가 많이 드는 수업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KDB산은자산운용의 헤지펀드에 대해서는 언제쯤 칼을 들이댈 생각인가.

▲헤지펀드는 운용사의 엑스트라 상품이다. 대표 펀드들을 안정된 궤도에 올려놓고 마지막으로 손 볼 생각이다. 종목을 찍어서 수익률을 올리기보다 투자 프로세스를 수정하는 방향으로 갈 거다.

--내달 두개의 펀드를 선보인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나오는 펀드라 다들 기대가 크다.

▲'KDB코리아베스트'는 대형주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다.지난 8년동안 2년에 한번씩 코스피가 30%이상 빠졌다. 이 펀드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이 같은 시장의 등락을 이겨내는 장기투자 상품이다. 또한 'KDB코리아베스트하이브리드'는 절대수익형 펀드로 자체 제작한 경기 사이클 측정 모델로 운용한다. 두 펀드 모두 KDB운용의 대표 펀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모든 펀드를 대형주 중심으로 구성했다. 대형주의 가능성을 그만큼 크게 평가한다는 이야긴데 그렇다면 삼성전자 같은 국내 대형주의 전망은.

▲세계적으로 대형주는 시장을 아웃퍼폼한다고 믿는다. 세계 성장은 미미하지만 자원이 많은 기업은 충분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이유는 브랜드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 시장 점유율이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연말에 200만원을 갈 것이란 전망은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 가능성이다.

--고국으로 돌아온 지금, 꿈이 있다면.

▲KDB라는 이름이 나를 움직였으니 그만큼 보여줄 계획이다. 월가에서는 해외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운용하는 게 일상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힘들다. KDB운용의 이름 아래서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회사를 성장시키는 게 지금 가진 꿈이다.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