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성대규 신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20일 "부실채권 정리기금 운용기한이 오는 11월로 만료되는 데 따라 앞으로 3개월간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보유한 쌍용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해양 등의 매각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성 국장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는 이번 매각 무산으로 당분간 중단된데 따라 시간을 가지고 이해 당사자들과 국회 관계자 등을 만나 의견을 많이 듣겠다"고 했다.

행시 33회인 그는 1967년 경북 영천 출생으로 대구 능인고와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금융을 더 잘 알기 위해 미국 유타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변호사 자격증도 땄다.

1990년대 중후반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과 세계무역기구(WTO) 금융서비스부문 협상 실무를 맡았고,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OECD 25개 국가의 규정을 참고해 보험업 설립허가 심사기준을 만들었다.

2001년부터 2003년에는 당시 후진적인 보험업법을 전면 개정하는 작업에 참여했고,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보험과장을 맡아 소비자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보험업법을 다시 손질했다.

이후 은행과로 자리를 옮겨 현대캐피탈 고객 정보 유출과 농협 전산장애 등 금융 IT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회사 IT보안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또 신용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을 통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업종에 따라 획일적으로 적용하던 관행을 폐지하고 개별 가맹점의 현실에 맞춰 수수료율을 매기도록 했다.

이 밖에 '제2의 카드사태'를 막기 위해 신용카드사의 외형 확대 경쟁을 차단하는 특별 대책도 발표했다.

다음은 성 국장과의 일문일답.

--우리금융 민영화가 세 번 연속 무산됐는데.

▲세 차례의 경험이 헛수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잠재적 투자자와 제약요건, 법적인 어려움 등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공자위의 가장 큰 숙제다. 앞으로 이해 당사자와 국회 관계자 등을 만나 의견을 많이 듣겠다.

민영화 시도 때 외부 의견을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자위는 금융지주회사법 부칙에 명시된 공적자금회수 극대화와 빠른 민영화, 국내 금융시장 발전이라는 3대 원칙대로 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정치권 등에서 우리금융 계열사인 광주ㆍ경남은행을 분리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은행을 지주사에서 떼어낼 때 법적인 어려움이 있고, 공적자금회수 측면에서 분리매각은 한계가 있어 공자위의 컨센서스는 아니다.

--우리금융 민영화를 제외한 공자위 현안은.

▲당장 오는 11월에 부실채권 정리기금 운용기한이 만료돼 캠코 보유 주식을 빨리 매각해 공적자금을 상환해야 한다. 쌍용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해양 등이다.

공자위 사무국장으로서는 공자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 만들어진 이유에 집중하겠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유럽 재정위기로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경제에도 파급이 있다. 금융권 채무가 늘고 연체 비율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부실해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금융회사 뿐 아니라 산업에도 어려움이 있지 않은지 모니터링하겠다.

--공적자금 회수 비율이 낮다는 지적이 있다.

▲공적자금은 구조적으로 100% 회수가 불가능하다. 부실기관의 부채를 메워주고 출자도 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금융과 대한생명, 서울보증보험 등 매각해서 공적자금을 회수할 큰 자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다.

--은행과장 시절 카드 수수료율 개편과 각종 금융 IT사고, 론스타 사태 등 현안이 많았는데.

▲농협 전산장애와 현대캐피탈ㆍ삼성카드ㆍ하나SK카드 고객 정보 유출 등에 대응해 금융회사 IT보안 종합대책을 만들고 법령을 정비했다.

제2의 카드사태를 막고자 카드사 레버리지 규제책도 내놓고 중소ㆍ영세 상인에 대한 수수료 인하를 추진했다. 지난해 은행들이 이익을 많이 냈는데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하도록 지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론스타 사태다.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했지만 이해관계자가 많고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해 힘들었다.

국회 대정부 질의 때는 사무관과 둘이 점심도 못 먹고 답변서를 쓰기도 했다. 통상 사무관이 답변서를 작성하면 과장인 저는 리뷰를 하는데, 그날은 중소ㆍ영세상인 카드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질문이 쏟아져 사무관 혼자서 쓰면 시간을 못 맞출 것이라고 판단했다.

점심으로 자장면을 시켰는데 비빌 시간도 없어서 다른 사람이 비벼줬다. 그런데도 두 젓가락밖에 못 먹었다. 오후 3시경에 다른 사무관이 김밥을 사다줘서 간신히 끼니를 때웠다.

은행과에서 맡던 금융 IT 업무가 떨어져 나가 전자금융팀이 신설되고, 카드 업무는 중소금융과로 분리될 정도로 업무가 넘치던 시절이었다.

국가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변호사 자격증도 땄는데 배운 것을 300% 쓰는 느낌이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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