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국내 운용사가 만든 헤지펀드가 세계 헤지펀드 수익률 조사기관이 내 놓은 성적표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주인공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다이나믹 코리아 펀드'.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5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5년전 일찌감치 글로벌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 노력이 보상받는 기분"이라며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제대로 된 알파를 추구하는 수익률로 고객들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러스톤 다이나믹 코리아 펀드'는 헤지펀드 수익률 분석기관인 바클레이헷지(BarclayHedge)의 '아시아 이머징 국가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 부문에서 10위를 차지했다.

해당 펀드가 기록한 최근 3년간 평균 수익률은 14.32%다. 상위 3개 펀드를 제외하고는 4~10위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은 20% 아래에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이 펀드는 롱숏 전략을 사용해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게 골자다. 현재 운용 규모는 약 3천600만달러(한화 400억원) 정도다.

김 대표는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지난 3월 자사 2호 헤지펀드 '트러스톤 팰콘 아시아 펀드'도 선보였다.

롱숏 전략을 활용해 한국을 포함한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의 주식에 투자하는 이 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1.48%다. 유럽 재정위기를 고려했을 때 국내 주식형 펀드를 크게 웃도는 성과다.

김 대표는 "국내 자산운용사도 글로벌 헤지펀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헤지펀드 시장에서 쌓은 트랙 레코드를 바탕으로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헤지 전략을 가미한 공모펀드로 만족할만한 성과를 선보일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고려대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대우경제연구소 국제금융 분석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1999년 대우증권 투자분석 및 전략팀장을 거쳐 지난 2003년부터 트러스톤자산운용에 둥지를 틀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5년전 국내 금융사의 헤지펀드 도전은 쉽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계기가 있었나.

▲헤지펀드의 미래를 조금 먼저 내다본거다. 과거 글로벌 헤지펀드 회사에 자문 서비스를 한 적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실력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자문 서비스는 우리의 트랙 레코드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럴 바엔 본격적으로 시작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2008년 싱가포르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싱가포르 현지 법인의 강점은.

▲헤지펀드 운용을 싱가포르 현지 법인이 하지만 결국 알파를 내는 소스는 트러스톤 서울에 있다. 싱가포르에 있는 매니저가 특정 주식의 롱숏 포지션에 대한 정보를 주면 그에 대한 자문을 서울에서 받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헤지펀드 운용을 위한 기반 시설이 갖춰진 환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헤지펀드 성과 비결은 무엇인가.

▲단연 리서치다. 우리는 본부장을 제외한 리서치 전담 인력 7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원도 리서치 애널리스트 역할을 함께 커버한다. 일반 운용사의 경우 리서치가 별도 조직이지만 우리는 전체가 나서다보니 종목 선정이 뛰어나다. 연간 탐방 횟수만 2천번이 넘는다.

--현재 성과는 만족할만한 수준인가.

▲아니다. '다이나믹 코리아'의 경우 단순 평균하면 연 5%의 수익률을 기록한 셈인데 우리의 목표는 연 8~10% 정도다. 물론, 최근 수익률은 유럽발 재정위기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반영된 결과지만 시장의 변동성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는 펀드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최근 선보인 '팰콘 아시아 펀드'는 '다이나믹 코리아'와 어떻게 다른가.

▲둘다 롱숏 전략이지만 팰콘 펀드의 경우 나라별 산업군에 주목한다. IT는 한국과 대만, 화학은 한국과 중국, 자동차는 한국과 일본으로 비슷한 산업군을 가진 나라들끼리 주식을 맞교환하는 형식이다. 예를들면 현대차 포지션을 '롱'으로 가져간다면 도요타 포지션을 '숏'으로 유지해 종목과 산업군의 절대가치를 반영하는 셈이다.

--올해 말 헤지펀드 진입 장벽이 완화될 전망인데 트러스톤의 향후 계획은.

▲일단 조건에 부합된다면 스핀오프를 통해 국내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미 트렉레코드는 해외 시장에서 충분히 쌓았다. 감독당국의 인허가 조건이나 당시 시장상황을 고려하겠지만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제대로 된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선보여야하지 않겠나.

--국내 운용사들이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했지만 아직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바라는 게 있다면.

▲운용업계가 너무 어렵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 같이 잘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한국 자본시장에서 운용사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헤지펀드 역시 마찬가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영역인만큼 섣부른 판단은 자제하고 시행착오에 대한 익스큐즈가 필요하다. 국내 헤지펀드는 아직 테스트머니 시장에 불과하다. 당국과 투자자, 운용업계 모두 헤지펀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형성돼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