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실 기자 = 최근 환매조건부채권매매(Repo)를 통해 71억원의 초과 수익을 달성한 우정사업본부 사무관이 채권 시장에서 화제다.

이남훈 보험자산운용팀 사무관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만기보유채권을 활용한 초과수익확보로 기획재정부의 2012년 예산성과금 심사결과 우수사례에 선정돼 3명의 동료들과 함께 장관 표창을 받았다. 2010년 말 약 7천억원 규모의 채권으로 운용을 시작해 무려 71억원의 초과 수익을 창출한 것이다.

이 사무관은 24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우체국 보험과 예금자산은 대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만기보유채권을 다량보유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 중 일부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투자를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RP 거래가 가능한 국채와 공사채, 특수채 등을 증권사 RP 신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정기예금과 A1급 CP 등의 단기안전자산으로 운용해 초과수익을 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투자 3~4개월간은 조달과 운용 기간을 매칭하는 방식으로 운용해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만기 매칭을 하게 되면 그만큼 적합한 운용 상품을 구하기 어려운 데다 마진을 일정부분 포기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안정성이 확실하게 보장되기 전까지 보수적 대응이 최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사무관은 "안정성이 확보된다고 판단한 후에는 증권사에서 운용을 할 때 조달 자금을 콜이나 7일짜리 RP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만기 미스매칭으로 마진을 더 높일 수 있었다"며 "RP 활용은 예금자산운용팀에 있을 때 시작했지만, 보험자산운용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시스템을 더욱 공고하게 완성시켰다"고 말했다.

보험자산이 예금자산보다 만기보유 채권이 많았고 특히 RP매매 하기에 좋은 국채나 공사채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사무관은 지난 2000년부터 5년 동안 삼정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일하다 2006년 우정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초기에는 우편사업단에서 유통업무를 담당했고, 최근 5년 동안에는 예금사업단과 보험사업단을 거치며 운용 실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보험자산운용과는 채권과 주식시장 등에서 총 36조원의 자금을 운용 중이며 평균 5%대 후반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다음은 이 사무관과의 일문일답.

--RP활용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혼자 시작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경영성과팀으로 자리를 옮기신 정철중 전 보험자산운용과장이 아이디어를 주셨다. 실무적으로 도와준 주무관들도 있다. 우체국 자산에서 보유만 하고 있는 국채나 특수채, 은행채를 이용해 수익을 내기로 한 것이다. 가지고만 있었다면 채권 수익률 정도만 벌었겠지만, 운용을 통해 초과 수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

--RP 신탁을 맡기는 증권사 평가는 어떻게 하나.

▲처음에는 현대증권 한 곳에서 시작했다가 현재 우리투자증권과 동양증권, 미래에셋증권으로 운용 증권사를 늘리면서 증권사 관리도 시작했다. 제일 못하는 곳의 자금을 빼 잘하는 곳에 나눠주는 방식이다. 3개월마다 평가를 한다. 과정이 복잡해서 수익률이 현저하게 낮을 경우 자금을 회수하고 차이가 별로 없으면 기회를 더 주기도 한다.

--운용할 때 리스크 요인은 없나.

▲단기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 단기자금 시장에서 CP나 CD금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 운용을 시작할 때 CP는 A1급으로 하도록 했다. 유동성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CD나 정기예금은 손실이 약간 나더라도 빨리 처분할 수 있지만, CP는 처분하기 어려워 유동성이 좋은 최상위 등급으로 하도록 증권사에 가이드라인을 줬다. 단기자금 금리가 급등하더라도 시가 변동을 크게 받지 않는 상품으로 구성을 한 것이다.

--채권운용 노하우는 어떻게 쌓았나.

▲처음 자금 운용쪽으로 부서를 옮긴 날 결제한 금액이 1조원이 넘었다.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큰 규모의 자금을 움직이는 데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때부터 책도 읽고 나름 열심히 공부했다. 아는 게 생길수록 불안한 마음은 줄어들었다. 안다고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손실을 줄일 수는 있었다.

--채권시장 전망은.

▲저금리 추세가 한동안 더 갈 것으로 본다. 저금리 기조 때문에 채권 수요가 아주 우량한 회사채와 국채에만 몰리는 등 양극화되는 경향이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처럼 장기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어 불황으로 간다는 얘기도 있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 보험사 등 기존 금융사는 힘들다. 특히 보험사의 경우 역마진 우려가 있어 투자 방식 등이 더 위험해질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의 우리나라 채권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많이 사는 것은 좋지만, 급격히 많이 사는 것은 채권시장 불안을 조장할 수 있어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RP활용으로 이익을 낸 것 때문에 칭찬을 받았지만,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본다. 사실 우정본부에서 정말 고생하는 사람들은 보험을 모집하기 위해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이다. 그분들이 모아준 자금을 펜대 굴려 운용을 잘한 것이 우월하게 인정받을 일인지는 모르겠다. 앞으로도 같은 조직에서 더 고생하는 분들을 생각하며 겸손하게 일하고 싶다.

es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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