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하다 깨지면 용서하지만 가만 있다가 깨지면 용서 못해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위험하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이룰 수가 없다"

동부화재 안동규 상무(자산운용본부장)의 운용 철학이다.

안 상무는 6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산운용업은 소명의식을 가지고 리스크와 리턴의 균형을 맞추는 걸 고민을 하되 어느 순간 타이밍을 잡고 액션을 취해야 한다"며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길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운용 과정에서 움직이다 깨지는 것은 용납이 되지만, 가만히 있다 깨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도 했다. 다분히 전투적인 성향으로 비친다.

그래서인지 안 상무가 이끄는 동부화재 자산운용본부는 발 빠른 투자로 유명하다. 장기투자기관인 보험사가 너무 매매가 잦은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나올 정도다.

안 상무는발 빠른 매매는 동부화재만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빠른 의사결정 구조와 효율적인 팀플레이가 남들보다 한 박자 앞선 투자를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안 상무는 애널리스트에서 채권운용 전략가로 변신을 꾀한 케이스다.

1987년 한화경제연구소에 입사해 우리나 최초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통화량 전망 보고서를 만들었다. 2000년 이후 한빛투신과 한누리투신, 한국투신운용 등을 거치면서 운용 전략가로 진로를 수정했다.

2003년 9월 동부화재에 합류한 그는 보험업계 최고의 자산운용 전문가 그룹을 일궈냈다는 대내외 평가를 받고 있다.



▲채권투자 한 사이클 끝났다 = 안 상무는 4월 이후 장기채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서 부채와 자산 간 듀레이션 매칭 분을 빼고는 9월까지 거의 이익실현을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아직은 경기 불확실성이 있지만 금리가 과도한 수준으로 하락해 상승 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본격적인 금리 상승을 예상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매수 기회를 기다려야 할 때라는 얘기다.

안 상무는 "글로벌 양적완화가 진행된 지난 9월 채권 투자 관점에서 보면 한 사이클이 끝났다고 보고 상품계정은 대부분 차익실현을 했다"며 "유럽쪽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12월 중순 이후나 내년 초에 다시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 쪽 딜러들에게는 당분간 쉬라고 하고 있다"며 "듀레이션도 중립적인 방향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 역마진 심각..대안은 해외투자 = 동부화재 자산운용본부의 운용자산은 16조원 규모다. 외화채권 등 해외투자 비중이 높다는 게 다른 보험사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8월말 기준 포트폴리오에서 해외투자액은 3조7천억원으로 전체 운용자산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원화채권(4조8천억원) 투자액과도 큰 차이가 없다. 다른 손해보험사들의 해외투자 비중은 10%가 채 안되는 수준이다.

동부화재가 해외 투자에 집중하는 것은 원화채권만으로는 이차(利差) 역마진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안 상무는 "보유 원화채권이 4조원 규모라고 하면 매년 1조원 정도는 만기가 돌아온다"며 "금리는 계속 떨어지는 데 매달 들어오는 3천억원으로 채권을 사면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예정수익률은 고정돼 있는데 자산수익률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역마진이 불가피한 구조다.

그는 "지금의 저금리 구조가 앞으로 1~2년 유지가 되면 보험사들은 수익률 악화와 역마진 문제로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며 "일본의 경우 1997년 이후 몇년 사이 생명보험사 7곳 정도가 부도가 났는데 이는 모두 역마진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단타 세력? 시장보다 한 박자 빠른 것일 뿐" = 동부화재는 채권시장에서 단타 세력으로 통한다. 안 상무도 장기투자기관인 보험사 중에서 매매 주기가 짧은 편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일방적인 오해와 억측도 많다고 했다.

안 상무는 "자산운용은 매니저나 본부장 혼자서 결정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동부화재는 월별 운용전략회의에서 투자환경과 전략, 포트폴리오를 정할 때 자산운용본부 전원이 참석해 치열한 토론 과정을 거친다. 전략회의는 분기별, 주간 단위로도 진행한다.

그는 "동부화재도 처음에는 매니저가 기안을 올리면 취합해서 가는 방식이었지만, 이후 의사결정 지배구조를 개선해 팀 운용체제로 바꾸고서 더 좋은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중 삼중으로 운용 리스크를 관리하는 시스템도 갖춰진 상태다.

자산운용본부 안에는 자체 리스크관리 부서(전략심사1부, 2부)가 있다. 이 부서는 모든 투자자산에 대한 건별 심사를 담당한다. 해외 쪽 대체투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체 심사부서의 역할은 더욱 강화됐다.

월별로 전사적인 리스크 회의도 따로 갖는다. 이 회의에는 사장 등 경영진은 물론 경영관리, 기획, 리스크관리 부서가 참석해 운용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검토하고 운용 한도를 결정한다.

안 상무는 "리스크관리 부서와 상시적인 협의와 스터디를 거치면서 운용한도를 미리 받아놓는 게 중요하다"며 "투자 자금을 미리 확보해놓고 있기 때문에 타이밍이 왔을 때 남들보다 한 발짝 앞선 투자가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래깅보다는 리딩 전략을 선호한다는 점도 시장에서의 노출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안 상무는 "기본적으로 채권포지션 한도에 여유를 두지 않고 꽉 채워서 운용하는 편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투자 유망한 해외 쪽 캐리물 등이 나오면 상품계정을 팔아서 한도를 채워넣는 방식이다"고 말했다.

동부화재는 다른 보험사와 달리 외부 위탁 비중을 최소화하는 것도 특징이다. 그만큼 직접 운용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그는 "현재 자산운용사에 나간 위탁 자금은 1천억원 미만일 정도로 비중이 아주 작은 편이다"고 소개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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