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대한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 임무







<정경팔 외환선물 연구원>



(서울=연합인포맥스) 엄재현 기자 = "지금은 경기에 대한 우려와 중앙은행 대책 간의 줄다리기가 글로벌 외환시장을 움직이고 있으며 외환시장에서도 두 세력이 양분된 상태다"

12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정경팔 외환선물 연구원은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의 움직임이 '비논리적'이며 이 때문에 이전보다 환율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정 연구원은 글로벌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3차 양적 완화(QE3) 실시에 따른 달러 약세를 압도할 것이며, 연말 달러화는 1,080원에서 1,100원 사이에서 횡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정경팔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의 특징은.

-- 사실 일간이나 주간 보고서 같이 정해진 기한마다 의무적으로 쓰는 것은 없다. 다만, 부정기적으로 시황보고서를 낼 때 좀 깊이 들어가는 편이다. 그때그때 이슈가 있을 때마다 시장의 여러 측면을 종합해서 하나의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망할 때 글로벌 외환시장이라는 큰 그림을 잡고 달러와 유로, 호주달러, 엔에 대해 원화는 어떻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편이다. 환시의 요소에 대해 개별적으로 접근하기보다 한 번에 이해될 수 있게 분석하는 편이다.

▲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며 어려웠던 순간은.

-- 정보를 아는 상황에서도 뉴스에 나오지 않은 요인으로 소위 '큰손'들이 움직이는 것을 간파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지난 5월 그리스 재정위기 당시 환율 반등을 전망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글로벌 외환시장의 큰손들에 의해 유로 캐리 트레이드가 시작됐고, 결과적으로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당시 세계 경제 펀더멘털상 전망이 힘들었던 점이 있었던 것 같다. 또 하나는 9월 이후 지금까지 환시다. 비논리적 장세가 계속되다 보니 나름 논리를 가지고 대응하기 어렵다. 5년 동안 분석하면서 이런 장은 처음이다.

▲ 현재 환시가 '비논리적 시장'이라고 했는데, 연말 달러-원 환율은 어떻게 보는지 연구원의 관점이 궁금하다.

-- 달러화는 연말까지 1,080~1,10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다. 올해 말 글로벌 환시의 두 가지 주제는 미국의 재정절벽과 유로지역 경제위기다. 유로지역의 경제위기는 달러-원 환율의 하방경직성 요인이다. 또 연말까지 글로벌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QE3로 달러 약세를 압도할 것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내년에는 엔 캐리와 유로 캐리 트레이드 재개로 상반기 중 1,070원을 하향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3분기까지 1,05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예전 논리대로라면 현 시점에서 달러-원 환율은 1,130원대에 머물러야 한다. 지난 9월 중순까지도 달러화와 안전자산이 약세면 그 외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 반대의 경우도 들어맞는 논리적 시장이었다. 하지만, 9월 중순 이후 중국 위안화와 원화는 그 패턴에서 벗어난 것 같다. 글로벌 달러 인덱스가 상승함에도 달러-원 환율은 하락하는 현재 장세가 논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 그렇다면, 현재 달러-원 환율의 하락은 어떤 요인 때문인가.

-- 현재 달러화의 하락은 국내 참여자의 공급과 1,100원 깨지면서 들어온 일부 역외의 매도세 때문이다. 1,100원 이전까지는 수출업체들의 네고물량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또 경기에 대한 우려와 그에 따른 중앙은행의 대책 간 줄다리기가 환율을 움직이고 있으며 시장에서 이 두 세력이 양분된 상태라고 생각한다. 사실 환시에 글로벌 이슈가 나타나면 원화가 영향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스페인 경제위기 이슈만 남아있고 나머지는 무난하게 넘어간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환시에서 글로벌 이슈가 큰 동력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며 각국 상황에 따라 각국 통화가 따로 움직이는 것이다. 사실 수요와 공급이 우리 환시를 움직이는 주요 요인이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지금은 국내 변수와 국외변수 영향력이 교차하는 과도기적 상태라고 생각한다.

▲ 연말 달러-엔 환율의 방향은 어떻게 보는가.

-- 달러-엔 환율은 미국의 재정절벽 이슈가 살아있는 한 80엔을 상향 돌파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재정절벽이 어떤 식으로든 내년에 해결되면 84엔까지 올라갈 수 있다. 내년 엔 캐리 트레이드의 재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지적하자면 QE3와 재정절벽은 미국 행정부 입장에서 같이 끌고 갈 수 없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재정절벽 해소 시 QE3의 조기종료 가능하다. 다음 미국 행정부는 이전보다 인플레이션율 관리에 적극적일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막으려면 통화량을 감소시켜야 하며, 통화량을 감소시키려면 QE3를 종료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jheo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