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과거에 모습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전통적인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

누구나 열심히 하면 1등을 한 번쯤 할 수 있다. 하던 일을 실수하지 않으면 당분간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먼저 변하지 않으면 최고의 자리를 이어가기 어렵다. 이러한 생각으로 하루를 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동규 하나은행 증권운용부장과 채권 운용역들이다.





이동규 부장(사진)은 12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채권시장에서 은행이 겪는 어려움과 하나은행이 가진 계획을 설명했다. 은행 스스로 위험관리에 많은 노하우를 쌓은 만큼,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됐다고 그는 강조했다.

▲캐리의 한계 절감..회전율 높여야 = "순이자마진(NIM)이 하향 추세다. 운용증권의 회전율을 높여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는 예전과 같은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부장은 은행이 과거처럼 캐리(만기보유) 위주의 전략만을 고수하면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절대금리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금리이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은행은 운용채권 중에서 만기보유채권보다 매도 가능채권의 비중을 높게 두는 전략을 택했다. 전략은 주효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나은행은 채권운용에서 시장 평균보다 2~3%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거두며 업계 최상위권 성적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그간 금리 상승기와 하락기가 모두 있었지만, 대응이 빠르기에 한결같을 수 있었다.

그는 "적극적인 운용은 리스크가 있지만, 과거부터 이를 관리한 경험을 거울삼아 꾸준히 나아가고 문을 두드리는 일이 중요하다"며 "시장금리가 정책금리에 붙어버린 뉴 노멀(New-Normal)의 시대에서 은행의 운용능력이 큰 장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국내는 좁아..해외로 눈 넓히자 = 하나은행의 청사진은 국경에 제한되지 않았다. 자금도 사람도, 모두 해외로 나가며 눈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 부장은 현재 하나은행이 호주달러와 캐나다 달러, 파운드화 국채 등에도 투자한다고 전했다. 운용규모는 20조원 수준이지만, 투자의 범위는 외환보유액처럼 글로벌을 향한다는 자세다. 그는 "유동성을 중요시해 글로벌 국채 위주로 투자한다"며 "실질적 심사를 통해 캐리와 운용 모두 고려한 투자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자금만 해외로 나가지만, 앞으로는 사람도 해외로 나갈 전망이다. 이 부장은 "올해 30년 만기 국고채의 주관사가 된 걸 계기로 국고채전문딜러(PD)의 자격을 활용해 업무분야를 국내로 한정 짓지 않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거점을 두는 방식부터 아웃소싱을 통한 교류채널 확대, 국내외 부동산과 파생결합형 상품 투자 등과 같은 대안투자까지 계획도 많고 할 일도 많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은 민주주의 아냐" = 이 부장은 10년 이상의 운용경력을 가진 채권베테랑이다. 그는 내년 채권시장이 '생각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본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모두가 어떤 방향으로 간다고 해서 다수결대로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는 내년에 저금리 기조에 대한 예상이 많은데 오히려 시장금리는 오를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올해보다 더 리스크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수익을 얻기 더 어려워질 수 있는 환경에서도 하나은행과 이 부장은 자율성을 존중한다. 이 부장은 "자본시장 부분은 권한을 많이 줘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일하는 김경훈 증권운용부 차장(사진 오른쪽 아래)은 "부장님이 채권운용 경력이 깊어 운용역의 생활을 잘 알고 있다"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장이 마감하면 각자의 네트워크 쌓기를 권유하며 퇴근시간에 구애받지 않게 한다"고 말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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