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채권시장의 강자로 새롭게 발돋움하고 있다.

미래에셋의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7조원에 육박한다. 설정액 기준으로 자산운용업계 1위다. 설정액은 올해에만 1조5천억원가량 증가해 다른 운용사와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연기금과 대형 보험사 등에서 받은 일임계약 자산까지 포함하면 미래에셋이 직접 운용하는 채권자금은 20조원이 넘는다.

한상경 채권운용2본부장(상무보)은 14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하면서도 수익률은 벤치마크(채권종합지수)를 꾸준하게 웃돌았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며 차별화된 성장 비결을 설명했다.

그는 과거 모멘텀 플레이를 많이 했던 채권매니저 중 한 명으로 통했다. 그러나 미래에셋으로 옮겨와서는 회사의 운용철학에 맞춰 운용 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

한 본부장은 "채권시장에서 안정적인 운용은 늘 승리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운용 자금의 성격을 잘 파악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이후 저평가 종목을 발굴해 교체 작업을 꾸준히 해주면 중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니저들에게 딜링을 하더라도 펀드 기준가에 미치는 영향을 0.5bp 이하로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베팅하고 저평가 종목을 발굴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주문한다"고 덧붙였다.

한 본부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줄곧 채권 매니저의 길을 걸었다. 제일투신과 한국투신, 대신투신을 거쳐 2006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합류했다.



▲채권수급 좋지만 스탠스는 '중립' = 미래에셋운용은 현재 채권운용 스탠스를 중립으로 가져가고 있다. 듀레이션 포지션을 중립 상태로 유지하면서 커브나 섹터 중심으로 저평가 종목을 발굴해 일정 수익을 꾸준하게 얻어내겠다는 전략이다.

한 본부장은 "기준금리 인하가 당분간 없다고 본다면 채권금리가 기준금리와 역전해서 오래 머물기는 쉽지 않다"며 "그렇다고 금리가 크게 오를 가능성도 작아 중립적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대외변수와 국내 경기에 대한 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상 유례가 없는 과잉 유동성 시대를 맞아 채권시장의 수급은 당분간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전보다 원화채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다변화됐다는 게 긍정적이다.

그러나 외국인 역시 밸류를 투자의 기초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금리 수준에서는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한 본부장은 "외국인의 원화채 포지션이 장기적으로 늘어난다는 기본 전망에는 변함이 없지만, 현재 금리가 그렇게 매력적인 수준이 아니라는 점은 다소 부담이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1천360조원 규모의 시장에서 외국인 포지션은 90조원이 채 안 돼 아직은 이들의 시장 영향력이 엄청나게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외국인 매매에 늘 관심을 둬야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의 포지션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의 전략 수립과 저평가 종목을 찾는 능력에서 좌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꾸준하게 벤치마크를 웃도는 게 최고 경쟁력 = 한 본부장은 국내 채권자금의 운용 스킴은 의외로 단순하다고 소개했다. 듀레이션과 커브, 섹터를 조합하는 게 먼저고 이 안에서 전략을 세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내부적으로 리서치 기반이 잘 닦여져 있지 않으면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어렵다고 한 본부장은 강조했다.

한 본부장은 "듀레이션과 커브, 섹터가 조화를 이뤄야 좋은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다"며 "듀레이션을 결정한 이후에 저평가된 커브와 섹터를 찾는 리서치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의 지속적 관리가 중요한 것은 채권펀드의 경우 벤치마크를 중장기적으로 웃돌면 절대수익률도 어느 정도 확보되기 때문이다. 벤치마크를 제대로 추적하고 소폭이라도 꾸준하게 아웃퍼폼이 가능한 포트폴리오 운용을 한다면 중장기적으로 기대 이상의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작년의 사례다. 연말 국고채 금리는 연초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벤치마크인 채권종합지수 수익률은 5.5%에 달했다.

채권 벤치마크는 주식과 달리 매일 매일이 달라진다. 수많은 종목이 발행되고 이표가 떨어지고, 만기가 축소되면서 벤치마크가 변하는 것이다. 벤치마크 내에서 재투자와 커브라이딩이 자동으로 이뤄지면서 수익률이 높아지는 셈이므로 벤치마크를 이기는 게 최고의 경쟁력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한 본부장은 "우리는 보수 공제 후에 벤치마크 대비 연 30bp 아웃퍼폼을 목표로 한다"며 "작년의 경우 이 수준으로 벤치마크를 아웃퍼폼했다고 보면 6% 가까이 고수익을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채권운용부문 전체로 2008년 이후 3년간은 목표치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냈다"며 "작년 이후로는 운용 여건이 많이 안 좋아지면서 초과 수익률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벤치마크를 목표치 이상 웃돌며 업계 최상위권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팀플레이와 강력한 리스크 통제 = 미래에셋 채권운용부문은 김성진 대표(부사장) 이하 22명의 정예인력이 포진해 있다. 채권운용1본부와 2본부는 국내채권, 글로벌픽스트인컴운용본부는 해외채권 운용을 담당한다.

1본부와 2본부의 역할 구분은 거의 없다. 각 본부 안에서 공모펀드와 사모펀드, 일임자산을 모두 운용한다. 본부장을 제외한 팀장과 팀원들은 주기적으로 본부를 옮겨 업무능력을 키우도록 하고 있다.

채권운용부문 내에서는 공동작업이 원칙이다. 특히 리서치의 경우 본부 구분없이 공동으로 이뤄진다. 치열한 토론을 거쳐 하우스 뷰가 정해지면, 모든 펀드는 이 뷰를 따라가야 한다. 다만, 매니저에게 일정 수준의 재량권을 부여해 다양한 전략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

미래에셋은 리스크 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 본부장은 거의 모든 채권형펀드가 벤치마크를 큰 편차 없이 아웃퍼폼하는 데는 강력한 리스크 통제 시스템이 상당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운용은 한 번의 실수로 크게 무너지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이런 점에서 무리한 베팅을 자제하도록 하고 과도한 쏠림을 통제할 수 있는 리스크 통제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본부장은 "경험이 짧은 매니저들은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회전율을 높이고 과도한 베팅을 하는 등 의욕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늘 컴다운 해야 한다고 조언을 많이 한다"며 "스스로도 중장기 시각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회사의 운용철학에 맞춰서 간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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