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 신한은행이 수익을 내는 법이다. 수익을 내기 위한 운용이 아니라 기본을 맞추니 수익이 따라왔다.





김상근 신한은행 증권운용실 부부장(사진)은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운용철학으로 '기본'을 강조했다. "늘 하던 대로"라고 말하며 그 자리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늘 그래야 한다'는 본분을 갖고 온 힘을 들였다.

그러다 보니 김 부부장의 경력이 쌓이고 신한은행도 커졌다. 세월은 흘렀고 그것에 맞게 김 부부장의 일도 조금씩 달라졌지만, 기본만은 버리지 않고 후배들에게까지 주지시키고 있다.

▲은행의 기본은 ALM관리 = 은행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리스크 관리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무색해질 만큼 글로벌 위기가 만연한 지금, 그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30조원이 넘는 채권을 운용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하는 점은 자산부채종합관리(ALM·Asset and Liability Management)다. 무리하게 욕심 낼 필요는 없다. ALM을 비롯한 모든 리스크 관리를 신경 쓰면 설사 채권이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쪽에서 수익이 나게 돼 있다."

김 부부장은 이렇게 자신의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ALM을 맞추는 은행의 기본을 먼저 생각했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을 통한 자금조달이 가장 많아서 주로 이 변화에 맞춰 만기를 조절한다. 운용 듀레이션이 주로 1.5~2.5년이 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러다 보니 수익성은 알아서 따라왔다. 금리 하락기에는 남들만큼 충분히 벌 수 있었고, 금리 상승기에는 손실을 최소화했다. 이는 결국, 업계 최상위권의 실적으로 나타났다. 그는 "선진국의 양적 완화로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을 다시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금리 하락기가 언제든지 변할 수 있지만, 운용의 기본 원칙은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은행권의 채권시장 역할 더 커져야 = 김 부부장은 이러한 원칙 속에서도 은행권의 채권시장 역할은 더 커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부부장은 "은행권은 개별 은행들이 운용하는 규모가 크고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큰데 역할은 그에 비해 다소 작은 느낌이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국고채전문딜러(PD)에서 은행이 소극적인 측면을 꼽았다. 보유채권이 어떤 금융기관보다 다양하고 많아 PD역할에 상대적인 강점이 있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다소 키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11월 현재, 은행의 장외채권 잔액규모는 자산운용사보다는 두 배, 외국인보다는 세 배가 많다. 하지만, 은행 매매에 대한 관심도나 영향력은 이들에 비해 다소 약한 편이다.

▲채권지기 인생..채안기금 경험 보람 = 김 부부장은 은행에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채권과 인연을 맺었다. 백 오피스에서부터 경험을 시작해 채권 단가계산을 일일이 손으로 했다.

자신을 채권 1.5세대라고 표현하는 김 부부장은 가장 보람있는 순간으로 지난 99년, 채권시장안정기금 전담팀에서 일할 때를 소개했다.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기관에서 1명씩을 뽑아내 총 열댓 명의 사람들이 한팀이 됐다. 워낙 사안이 매우 급한지라 사람이 모이고 자금도 생겼는데 시스템이 전혀 없었다. 베테랑 선배들과 매일 야근을 하며 수천 건의 거래 내역을 일일이 수기로 정리했다. 모두가 불가능이라 했던 일을 6개월 만에 마무리 질 수 있었다."

13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는 새로운 위기 안에 있고 김 부부장은 이제 채권 데스크 역할을 한다. 그 사이 신한은행이 성장해 새로운 인재가 많이 들어왔다. 김 부부장은 "신한은행에는 젊음과 기존의 경험이 함께해 안정성이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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