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정답은 항상 시장에 있다. 시장에 맞서지 마라"

삼성자산운용 김영성 FI(픽스트인컴)운용본부장이 후배 매니저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김 본부장은 21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15년 넘게 채권시장에 몸담고 있으면서 시장을 이기려고 하면 오류에 빠진다는 점을 몸소 느꼈다"며 "시장이 틀렸다고 하기 이전에 스스로가 잘못 판단을 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끊임없는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월 금융통화위원회 때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예상하지 못했는데, 돌아보면 글로벌 요인을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며 "시장 매니저는 항상 연구하고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미네소타대학교 경제학 학사와 템플대학 경영학 석사(MBA)를 마치고 1996년 삼성생명에 입사했다. 2002년 삼성자산운용으로 옮겨와 채권운용 매니저로 근무하다 지난 4월 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장단기 스프레드 너무 붙었다 = 김 본부장은 올해 연말까지는 큰 장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외은지점과 국내 증권사는 12월 이후 북클로징에 들어갈 것이고 자산운용사도 추가 베팅보다는 수익률을 지키는 쪽으로 갈 것이란 얘기다.

그는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금통위 때 경기가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는 단기간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며 "이외에도 딱히 시장 변동성을 키울 만한 요인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저금리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지만,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가 과도하게 축소된 것은 경계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리 국내 채권만큼 장단기 스프레드가 붙어 있는 곳이 없다"며 "내년에 경기가 일부 개선된다고 보면 장기금리가 일부 상승해 커브가 스티프팅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저금리 대비 '멀티전략'…해외채권 비중도 늘린다 = 삼성운용은 저금리 기조에 대비해 '멀티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순수 채권형펀드보다는 채권 수익률을 베이스로 하면서 플러스 알파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상품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채권 비중은 70% 정도로 가져가되 나머지는 옵션이나 금리 관련 파생상품, FX와 주식 등을 가미해 펀드 수익률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김 본부장은 "3% 수준의 금리에서는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올리기 어렵다"며 "리스크가 크지 않으면서도 리턴 측면에서 좋은 상품이 어떤 게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운용이 해외채권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국내 저금리 기조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동안 중국 딤섬채권이나 호주 채권펀드 등 단일 국가 채권에 투자하는 정도였으나 최근 아시아 지역으로 영역을 넓힌 '아시아채권펀드'를 출시하고 기관 세일즈에 들어간 상태다.

김 본부장은 "유럽은 여전히 투자 리스크가 있고 미국은 금리가 너무 낮다"며 "결국 아시아 지역의 채권 투자가 유망하다고 판단해 관련 상품 개발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고 채권하우스의 노하우 = 삼성자산운용은 명실공히 국내 최대 규모의 채권 운용사다. FI운용본부와 LT운용본부(본부장 박재홍)에서 주무르는 채권자금만 85조원에 달한다.

LT운용본부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주로 계열사 자금을 일임받아 운용하는 곳이다.

김영성 본부장이 이끄는 FI운용본부는 채권형펀드와 채권파생형, 자산배분형, 머니마켓펀드(MMF), 연기금 등 일임자산을 포함해 총 12조원 규모를 운용하고 있다.

두 본부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모두 28명이다. 이 역시 운용업계 중 최대 규모다. 리서치팀에는 금리 스트래티지스트와 크레딧 애널리스트 등 3명이 있다.

하우스 뷰는 두 본부가 전략회의를 통해 협업해서 결정한다. 리서치 정보도 같이 공유한다. 하우스 뷰가 정해지면 방향성은 따라가는 게 원칙이지만, 매니저에게 일정 수준의 재량권을 부여해 다양한 전략을 펼칠 수 있도록 한다.

삼성운용의 채권형펀드 운용 수익률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주력 펀드인 '채권형 삼성ABF펀드'는 최근 3년 누적 수익률이 20%가 넘는다. 올해에도 7%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다.

삼성운용은 이런 고수익 덕에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를 대상으로 하는 기금운용 성과평가에서 채권부문 최우수등급에 선정돼 얼마 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채권운용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라 서서히 올라온다"며 "삼성운용이 오랜 기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국내 최고의 채권하우스로 인정받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지만, 다른 상위 운용사들도 잘하고 있어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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