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고객들의 절대 수익을 맞춰줄 수 있는 다양한 상품들이 나와야 한다. 공모펀드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발굴해야 하는 게 어려운 운용 여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전략이 될 것이다."

김창섭 신영자산운용 채권운용팀장은 22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낮아지는 기대 수익률과 당국의 규제 바람 등은 자산운용업계에 당면한 현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공모펀드시장이 죽어가지만 반대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커지는 것도 새로운 상품 발굴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 2000년 대한투자신탁 채권운용부 생활을 시작으로 13년째 채권시장에 몸담고 있는 김 팀장은 2007년 사명을 바꾼 하나UBS자산운용에서 지난해 8월까지 채권 펀드 메니저로 활동했다. 이후 신영자산운용에서 채권운용팀을 이끌고 있다.







▲'커브 활용한 잔파도 타기'= 서울채권시장의 정체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시장의 방향성은 물론, 내년 경기 흐름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김 팀장은 이럴 때일수록 '큰 파도'보다는 '잔파도'를 보고 수익성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채권 커브의 단기적 방향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경기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상황"이라며 "듀레이션을 베팅하는 차원이 아니라 작은 수확이라도 계속해서 거두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한 달 정도의 기간을 두고 스티프닝과 플래트닝이 교차되는 경향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최근 스티프닝에 대한 되돌림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보다 중기적으로는 채권금리가 바닥을 찍은 것으로 진단했다. 이런 진단 속에는 국내외 경기가 매우 완만하게나마 개선 흐름을 보일 것이란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인 미국 재정절벽 이슈와 국내 가계부채는 점진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본다"며 "이 문제들에 대한 불확실성이 조금씩 걷혀가는 과정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재정절벽 등에 대해서는 예상 가능한 정책들이 실현되어 있는 상태"라며 "이런 정책들의 효과가 바로 나타날 수도 있고 나중에 올 수도 있는데 '약효'를 너무 빠르게 기대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팀장은 이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추가 1회 정도만 가능하다고 본다"며 "채권금리는 완만하게 상승하는 국면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통적 채권운용만으로는 수익확보 어려워"= 자산운용사들의 운용 여건은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열악한 상황이다. 김 팀장은 고객들의 '니즈'를 맞출 수 있는 상품 개발을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기관투자자들의 요구 수익률이 5% 이상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이 기대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 전통적인 채권만을 가지고 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ETF가 들어간 혼합형 펀드나 부동산 펀드와 해외채권 펀드 등 다양한 자산을 섞는 시도를 계속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절대수익 추구를 중요시하면서도, 동시에 안정적인 의사결정 프로세스 구축을 강조한다.

컨트롤되지 않는 절대수익 추구나 벤치마크만을 따라가는 운용 방식은 모두 정답이 아니고, 두 가지 성향을 적절히 혼합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또한 "애널리스트들의 뷰에 휩쓸려 가는 것은 평균 이상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급변하는 경제 현상에 대응할 수 있는 개별 로직을 개발하는 데도 게을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자산운용업계에 대한 규제 논란에 대해서는 "결국 자산운용사들의 운용 패턴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목적으로 보여지고,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급격한 환경 변화는 업계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신영자산운용에서 주식에쿼티운용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운용 규모가 미미했던 채권운용 사이즈를 늘리는 역할을 맡아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가 채권운용팀장으로 부임한 작년 8월 당시 머니마켓펀드(MMF) 운용 규모는 300억원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6천억원 가량으로 약 20배가 증가했다.

신영자산운용은 앞으로도 시장 유동성이 뛰어난 MMF의 운용 규모를 2조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김 팀장은 "채권운용 사이즈를 에쿼티 부문과 같은 수준으로 늘려서 서로 균형을 맞추겠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라며 "앞으로 MMF를 중심으로 운용 규모를 늘리면서 채권형 펀드 운용도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3천억원 규모의 채권 시가형 펀드는 약 1조원 수준까지만 늘린다는 계획이다. 시가형 펀드의 경우 금리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급격히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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