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영재 기자 = "제게 은퇴란 없습니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일해야죠"

`은퇴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강창희(65) 미래에셋그룹 부회장 겸 투자교육연구소장은 이렇게 답했다.

국내 최고의 노후 설계 전문가로 꼽히는 강 소장은 퇴임을 불과 한달여 앞두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에서 그의 퇴임식이 열렸다.

강 소장은 26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퇴임 후에도 `100세 시대'의 생애 설계를 위한 연구와 교육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퇴임 직후인 내년 초부터 미래에셋 객원연구위원이자 `미래와 금융 연구포럼' 대표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강 소장은 1973년 증권선물거래소에 입사해 대우증권 상무와 도쿄 사무소장, 현대투신운용과 굿모닝투신운용 사장을 거친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산 증인이다. 2003년부터는 올바른 투자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에 뛰어들어 전국을 누비며 약 2천700차례에 걸쳐 강연을 했다. 미래에셋그룹과는 2004년 인연을 맺어 9년째 몸담고 있다.

다음은 강 소장과의 일문일답.

--퇴임이 한달여 밖에 안남았는데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늘 하던대로 연구와 강연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2주 동안에만 창원, 평창, 충주, 광주, 전주, 제주, 부산, 수원을 돌며 강연했다. 바람직한 생애 설계와 자산관리 방법에 대한 교육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퇴임이 임박했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없다.

--미래와 금융 연구포럼을 소개해달라.

▲연구포럼은 크게 3가지 주제에 집중할 것이다. 첫째, 100세 시대를 맞아 개인의 생애 설계와 자산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둘째, 이를 위해 금융회사는 어떤 비즈니스를 펼칠 것인가, 셋째, 국가와 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사무실은 여의도에 열 계획인데 아직 조직이 꾸려진 단계는 아니다. `1인 연구소' 형식으로 가볍게 출발하려고 한다.

--10년 동안 투자교육에 헌신했다. 운용사 대표에서 바람직한 투자문화 전도사로 변신하게 된 계기는.

▲펀드 운용은 운용사만 잘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운용사가 아무리 장기ㆍ분산투자를 하려 해도 투자자들이 단기 매매에 열중하면 일이 제대로 될 수 없다. 투자교육을 통해 올바른 투자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들이 단순히 돈을 벌려고 투자한다면 미국인들은 노후에 대비해 투자한다는 점에 주목하게 됐다. 투자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애 설계 문제와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교육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예전에는 올바른 투자문화에 대해 실컷 강의하고나면 `어떤 주식을 사야 되냐' 같은 질문이 나와 김이 새곤 했다. (웃음) 그러나 요즘은 직접투자보다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간접투자가 낫다는 데 대해서는 공감대가 만들어진 것 같다. 개인의 생애 설계에 맞춰 자산관리를 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다들 이해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퇴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다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점심식사 직후 한참 졸음이 몰려오는 시간인데도 한 사람도 졸지 않고 진지하게 강의를 듣는다. 그럴 때는 굉장히 보람을 느낀다. 강의에 참석한 분들이 `이런 강의를 좀더 일찍 들었다면 좋았을텐데', `아내와 함께 듣지 못해 아쉽다', 이런 반응을 보일 때는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피곤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은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제 은퇴란 없다. 과거 수명이 짧을 때는 은퇴가 있었지만 100세 시대는 `교육-취업-퇴직'이 `재교육-재취업'으로 이어져야 한다. 적어도 80세까지는 돈벌이든 사회공헌 활동이든 자기실현 활동이든 일을 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바람직한 노후 생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퇴직자들은 젊은이들이 할 수 없거나 하려 들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이는 아무래도 허드렛일일 가능성이 큰데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에 퇴직자들이 이런 일을 선뜻 하지 못한다. 자녀 교육과 결혼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드는 것도 노후 생활의 복병이다. 자녀들이 부모의 도움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서울 특파원을 지낸 어느 일본 언론인은 한국인이 젊을 시절 돈을 버는 `입구 관리'에는 열심인데 노년에 돈을 쓰는 `출구 관리'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귀담아들을 말이다.

--9년 동안 몸담은 미래에셋그룹을 떠나는 소회는.

▲금융투자업계에서 40년 동안 일했는데 미래에셋에 몸담았던 9년이 가장 행복했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즐거웠고 투자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이 컸다. 2004년 투자교육연구소를 세우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을 때 흔쾌히 수락해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에게 감사한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품위 있는 노인'이 되고 싶다. (웃음) `반만 버려도 행복하다'라는 책을 보면 품위 있는 노인이 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우며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80세까지는 뭐든 자기가 몰두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이때 젊은 후배들에게 경쟁자가 아니라 조력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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