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올 한해는 원화채권이 이머징 채권에서 안전자산으로 완벽히 전환한 원년이 될 것이다."

김태호 UBS은행 본부장(트레이딩 헤드)은 28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신용등급 강등 바람을 맞는 가운데 한국은 국가 신용등급이 높아지며 외국인에게 어느 때보다 매력적인 투자처가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요국들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투자할만한 안전자산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채권시장 규모가 크고 펀더멘털이 양호하게 유지되는 한국물에 대해 외국인들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김 본부장의 진단이다.

그의 이야기는 최근 일부에서 제기된 UBS은행의 원화채권 투매 우려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졌다.

김 본부장은 "UBS 본점의 원화채 투자는 대부분 만기보유 목적"이라며 "UBS 본점의 구조조정 등으로 한국채권시장에서 급격히 발을 빼거나 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화표시 국내채권이 됐든 외화표시 국내채권(코리언페이퍼)이 됐든 국내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저평가 영역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화채 = 안전자산" = 김 본부장은 전 세계 최고의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금리와 한국 국채금리의 동조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채가 국내채권과 상당히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것은 그만큼 원화채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인식이 높아졌다는 의미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특히 스위스와 노르웨이 등 북유럽권 중앙은행들에 대해 "유로화가 하락을 하면서 자국 통화의 강세를 막기 위해 시장 개입을 단행했고, 그에 따른 외환보유액을 운용할 필요성도 커졌다"며 "이전에는 미국채 외에는 주로 유럽 국채들에 투자됐지만, 이제는 원화채권이 주목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달 들어 다만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세가 가파른 편이다.

그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를 기점으로 시장 금리는 빠르게 내리고, 커브는 극단적인 플래트닝으로 이어졌다"며 "금리인하를 한국은행보다 크게 앞서서 강요하는 듯 했지만 , 최근 한은의 반응이 금리인하에 전향적이지 않다 보니 외국인 입장에서도 조정 과정이 필요했다"고 분석했다.

김 본부장은 UBS은행의 개별 문제로 인해 원화채를 처분하지는 않겠지만, 글로벌 금융규제 흐름에 따라 전반적인 외국계 은행들의 채권 보유 기조에 변화가 있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젤Ⅲ나 도드-프랭크 법 등의 영향이 본격화되면 외국인투자자들에게 국채가 무위험자산으로 분류되지 않을 경우도 생기게 된다"며 "각 은행들마다 내부적으로 국채 보유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성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금리, 올해 7월 이전으로 가긴 어렵다"= 김 본부장은 단기적으로 채권시장이 조정 압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중기적인 시각에서는 현재의 저금리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도 채권금리가 지난 7월 금통위 이전 수준으로 올라서는 일은 없을 것이란 게 그의 예상이다.

그는 현재 채권시장이 사상 초유의 저금리 국면을 맞고 있다면서도 장기금리 3% 아래에서 '숏' 대응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지난 2010년부터 현재까치 채권시장 패턴을 보면 한 해에 한 번 정도 금리가 급락한 뒤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흐름을 보였다"며 "이는 대내외 경기 침체 우려와 견조한 외국인의 수급 상황 등의 매수 호재를 반영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반영됐던 호재들이 시장 가격에 충분히 녹아있기 때문에 금리가 내려가지 않는다"며 "다만 이 호재들이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에 금리의 급격한 반등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본부장은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 동향에 주목하고 있다"며 "주가가 연말까지 크게 올라와 준다면 채권금리의 조정폭도 다소 커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현재 수준의 저금리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빈틈을 노려라"= 그가 트레이딩의 철학 가운데 하나로 언급한 부분은 매번 꾸준하게 나타나는 수익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시장의 수급과 규제 흐름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반드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 있다.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시장에 '미스 프라이싱' 돼 있는 부문이 반드시 있다는 의미다. 잘못된 가격이라 생각되는 걸 잘 잡고 있으면 수익을 내는 기회가 그동안 꾸준히 있어왔다."

김 본부장은 트레이더들이 기회가 없어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게 아니라 미리 예측을 못 해서 수익을 내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고 덧붙였다.

이자율금리(IRS) 등을 활용한 파생상품 거래를 많이 취급하는 그는 스와프시장의 단기지표금리가 하루빨리 육성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양도성예금증서(CD)을 둘러싼 시장 논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김 본부장은 "국채시장에서 국고채전문 딜러들에게 시장조성의 의무를 주면서 그에 따른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듯이, 자금시장에서 국내 은행들이 받고 있는 수혜만큼 그에 따른 의무 사항들도 충실히 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감독당국의 선물환 포지션 추가 축소와 관려해서는 "개별 은행들이 이미 포지션을 많이 줄여 놨다"며 "당장의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본부장은 1994년 장기신용은행에 입행한 뒤 1999년 ING은행에 몸을 담으며 외환파생상품 트레이딩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같은 은행에서 2001년터 이자율 부문을 세팅하면서 본격적으로 채권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2010년부터 UBS은행에서 트레이딩 헤드를 맡고 있다.

ywkw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