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포스코에서 M&A(인수합병)를 전담하는 전략사업실의 관계자는 근황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작년 대한통운 인수가 좌절된 후 다른 M&A 대상을 열심히 물색하고는 있지만, 재무건전성 유지에 비상에 걸린 탓에 가용자금이 줄어들면서 실제 M&A를 실행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초만 해도 7조원(K-GAPP 기준)에 달했던 포스코의 현금성 자산은 그해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는 데 3조원이 넘는 돈을 쓰면서 급감한 탓에 이제는 2조원 대에 머물고 있다.

또, 작년 철강 업황 악화와 원재료 상승으로 포스코의 수익성은 급격히 약화됐다. 실제로 작년 3분기까지 포스코의 당기순이익(IFRS 개별 기준) 전년 동기보다 26.73% 감소한 2조4천216억원에 머물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작년 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등 외국 신용평가사들은 잇따라 포스코 재무상황을 우려하며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수정했다.

이에 다급해진 포스코는 작년 말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재무안정성 확대를 위해 당초 7조3천억원이던 작년 투자액을 6조원으로 줄였다. 이어 올해는 작년보다 더 낮아진 4조원 수준으로 계획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포스코가 M&A에 쓸 수 있는 자금 여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그 영향으로 포스코는 작년 말 호주 철강사인 원스틸 인수를 검토했다가 취소했다. 또, 지난달에는 프랑스의 LNG선 탱크 제조 업체 GTT 인수 참여를 검토하다 결국 상황에 따라 소액투자만을 할 수 있다는 쪽으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

두 건 모두 전략사업실에서는 관심을 두고 검토했지만, 결국 사업적 이유 외에도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점도 고려돼 계획이 취소되거나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통해 호주 철광석 광산업체인 로이힐 홀딩스(Roy Hill Holdings)의 지분 11.25%를 15억호주달러(약 1조8천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총 투자규모를 4조원 수준으로 계획한 포스코가 이번 광산 인수에만 2조원 가량을 쓰게 되면서 올해 추가 M&A에 나설 여력은 더욱 줄어들게된 것이다.

포스코 전략사업실 관계자는 "이번에 광산 투자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게 되면서 M&A에 쓸 수 있는 내부자금은 얼마 남지 않았다"며 "정말 좋은 M&A 대상이 생긴다면 여유자산 매각 등을 통해서라도 자금을 확보해 진행하겠지만, 시급한 것이 아니라면 당분간 M&A를 적극 추진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지면서 그동안 미래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되던 포스코의 M&A는 당분간 전략의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리게 됐다. 그 때문에 작년 대한통운 인수 좌절을 만회하고자 M&A 대상을 물색하던 포스코 전략사업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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