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12일 700억원을 투입하면서 건설경기 불황과 거듭된 인수합병(M&A) 무산으로 어려움에 빠졌던 쌍용건설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아직 우리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한 대주단의 지원 이슈가 남았으나 대주주의 선지원과 감독당국의 요구에 따라 쌍용건설은 당분간 경영 정상화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쌍용건설에 대한 유동성 지원 논의는 지난달 말부터 숨가쁘게 진행됐다.

극심한 침체에 빠진 건설경기와 쌍용건설의 우발채무 등으로 여러 차례 매각에 실패한 대주주 캠코는 지난달 27일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정리금융공사, 하나은행 등 7개 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쌍용건설 유동성 문제를 협의했다.

지난달 말 기준 쌍용건설의 금융차입금은 5천123억원, 지급보증은 1천476억원, PF보증은 7천650억원에 달했다.

당시에는 부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주권을 강력히 행사해야 한다는 점과 자금관리단 파견의 필요성이 언급됐다. 또 지원의 경우 자본확충 규모와 시기를 파악해 채권단 회의를 통해 논의한다는 등의 내용을 협의했다.

이에 따라 채권금융기관 협의회가 지난달 28일과 이달 5일에 연달아 열렸다. 협의회에는 채권액이 많은 우리와 산업, 신한, 하나, 국민은행이 참석했다.

캠코는 28일 회의에서 공사만의 단독지원의 경우 유동성 해소가 어렵고 채권단과 함께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채권은행들은 캠코의 선지원과 함께 지원방식에 대해 각 은행의 내부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며 결정을 짓지 않았다.

산은은 이후에도 캠코의 선지원과 전체 금융기관이 참여한 상태에서의 지원금액 분배, 채무유예 등을 거듭 주장했다. 이 가운데 46개 이르는 채권기관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은 시간상 무리가 있다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산은은 이달 4일 본점협의를 통해 쌍용건설 안건을 부천지점에서 본사 영업부로 옮기며 해결 의지를 보이는 듯 했으나 주채권은행을 맡지 않기로 했다. 이는 5일 채권은행 회의에서도 우리은행과 힘겨루기 양상으로 나타났다.

또 산은을 비롯한 채권은행들은 대주단협약 등 일정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다시 결정을 미뤘다. 캠코 선지원 주장도 계속됐다.

이에 대해 감독당국은 4일과 6일 주채권은행이 주관해 합의되지 않으면 조정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그러나 채권은행들은 여전히 캠코의 선지원 주장을 전제로 9월 말까지 자금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캠코는 지난 주말 공사의 고유계정에서 700억원 우선 지원을 결정했다.

사실 캠코는 쌍용건설 지원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

법적으로 오는 11월22일 운용시한이 만료되는 부실채권정리기금은 2002년 11월22일부터 재원을 추가로 투입할 수 없었고 공사 고유계정에서 유상증자를 지원하는 것도 기금과 공사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캠코는 고심 끝에 재무구조 개선을 도모하는 기업의 자산을 고유계정에서 인수할 방법을 찾아냈다. 쌍용건설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인수하는 방법이다. 쌍용건설 부도는 추석을 앞두고 1천400여개 협력사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시장 안정이 중요했기 때문에 지원 방법과 선지원을 결정한 것이다.

올해 수차례 주인찾기에 실패한 쌍용건설은 지난달 31일 87억원 규모의 전자결제어음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해 부도 고비를 넘겼으나 540억원 가량의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B2B대출)은 결제하지 못했다. 이달 말에도 회사채와 ABCP 만기가 대거 도래한다.

쌍용건설 발행 보통주 1천490만6천103주(지분율 50.07%) 매각에 나선 캠코는 올해 2월과 4월, 6월 입찰을 실시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유동성 문제 해결하기 위해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는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과 협의해 신주 발행을 결정하기도 했다.

캠코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했으나 유일한 참여자였던 이랜드도 중도에 포기해 결국 유동성 지원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너무 좋지 못해 쌍용건설 매각 자체가 불투명했는데 은행들이 너무 캠코에만 맡겨두고 대비를 하지 않았다"며 "도급순위 13위인 쌍용건설이 잘못될 경우 파급 효과가 지금까지 건설사 부도와는 차원이 달라 준비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은행도 내부 절차가 있어서 지원에 대한 의사결정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며 "캠코가 선지원 결정을 내려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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