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국내 주요 그룹은 내년에도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정부 규제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시상황'이라는 진단까지 나올 정도다. 주요 그룹은 경기 침체와 함께 원화 강세, 저금리에 대비해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고 이익을 높이려는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동시에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M&A와 투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연합인포맥스는 주요 그룹의 내년 경영환경 전망과 이에 대한 대비책을 짚어본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빌딩>



(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삼성그룹은 올해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등 전체적으로 선전했음에도 내년을 걱정하고 있다.

내년 대외환경이 올해보다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면서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삼성그룹 내에서 경기전망을 맡은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하반기부터는 국내외 경기 흐름이 다소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연말이 다가오면서 내년 전망은 급속히 어두워졌다.

실제로 삼성연구소는 최근 연말을 앞두고 내년 경영계획을 세우는 각 계열사에 "저성장 기조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을 대비해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침을 전달했다.

특히 삼성연구소는 각 계열사에 저환율에 대한 대비책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 비중이 높은 제조업 계열사의 경우 '환율 하락'은 곧 '가격경쟁력 저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달러-원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영업이익이 3천억원 가량씩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도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하에서 달러화 등의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원화 강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달러-원 환율은 1천~1천10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수출 비중이 높은 제조업 관련 계열사는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환율마저 떨어지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악재 탓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들은 임직원들에게 연일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제2의 신경영'에 준하는 혁신적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는 대부분 내년 투자 계획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수립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최대 실적을 경신한 삼성전자부터 내년 총 투자규모를 30조원 이내로 축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투자 예정액(35조원)은 물론 재작년 집행액(33조원)보다도 작은 규모를 계획하는 것이다.

특히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반도체 부문의 설비투자를 올해 예정액의 3분의 2 수준으로 낮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그룹 전체적으로 최근 들어 작은 부분에서까지 '비용절감'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구내식당 무료 이용을 제한하는가 하면 출장과 회식 등에 들어가는 부서별 예산을 대폭 줄이고 있다.

이와 함께 근무기강 확립을 위한 조치들도 시행되고 있다.

오전과 오후에 각각 2~3시간씩을 정해 업무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집중근무제'와 출근 시간을 앞당기는 '권장 출근시간제' 등을 시행하는 계열사가 늘고 있다.

그룹의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일부 사업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계열사의 실적이 감소하는 등 대외환경이 더욱 나빠지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그룹 전체적으로 보수적인 시각에서 위기대응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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