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재계는 차기 대통령이 박근혜 당선인으로 결정되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재계가 가장 걱정하는 '순환출자 제한과 출자총액제도 부활'에 대해 박 당선인은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다.

다만, 박 당선인도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강화 등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에 대기업에 대한 일부 규제는 강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출총제 부활ㆍ법인세 인상'은 없을 듯…재계 '안도' = 국내에서는 오래전부터 대기업 집단의 복잡합 출자구조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이런 구조가 '문어발식 확장'을 유도한다는 지적 때문에 지난 1986년 도입된 '출자총액제한 제도(출총제)'는 그 후 폐지와 재도입이 수없이 반복됐다.

올해 대선에서도 재계가 가장 관심 있게 본 이슈 중 하나는 '출총제 부활 여부'였다.

이명박 정권 때 폐지됐던 출총제가 부활할 경우 주요 대기업 입장에서는 자회사 간 출자구조를 재편하면서도 전체적인 지배구조는 유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총제 폐지 유지'를 내세운 박근혜 당선인이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되면 대기업들은 그런 부담을 덜게 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출총제가 부활하면 대기업들은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요즘처럼 실적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막대한 돈을 출자구조 개편작업에 투입해야 한다"며 "박 당선인의 당선으로 그런 부담이 없어진 것은 대기업에는 호재"라고 설명했다.

또, 대기업들은 법인세 인상에 대한 걱정도 줄이게 됐다.

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5% 올리겠다고 공약했지만, 박 당선인은 현행 세율 유지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 '순환출자 제한'은 피했지만, '금산분리'가 변수 = 재계와 관련된 또 다른 중요 이슈 중 하나는 계열사 간 '순환출자' 문제다. 이런 구조는 대기업 오너가 실제 소유한 지분율 이상의 과도한 지배력을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꾸준히 문제로 지적됐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야당은 기존 순환출자 구조까지 해소시키겠다고 나섰다. 이 경우 국내 대기업집단 대부분은 순환출자를 해소하면서도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 지분정리에 나서야 한다.

다만, 박 당선인은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규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대기업들은 순환출자 해소에 대한 걱정은 덜게 됐다.

그러나 지배구조 재편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일부 남아 있다. 박 당선인도 '금산분리' 원칙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 당선인은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축소하고, 금융계열사가 행사할 수 있는 비금융계열사의 의결권 한도도 현행 15%에서 5%까지 단계적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이 경우 국내 50대 대기업 가운데 10여 개 그룹이 지배구조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그룹 전체의 지분율이 17.6%에서 14.1%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이 축소된다. 만약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위해 축소된 의결권 회복에 나설 경우 수조원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더 부담인 것은 박 당선인이 대기업의 금융 계열사의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일반 지주회사 밑에 금융 계열사만 따로 묶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 점이다. 중간지주사 도입 대상으로 지목된 곳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막대한 자금 때문에 지주사 전환을 미뤄온 대기업들로서는 중간지주사 도입 대상에 지목되는 것을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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