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억제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세웠다.

이에 대형유통업체가 경제민주화 정책의 첫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박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우선 중소도시에서 대형마트가 새로운 점포를 내려면 지역 협의체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지역 협의체에서 합의된 경우에 한해서만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이 허용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규제는 기존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서 내놓은 '신규 출점 자제방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수준이다.

유통산업발전협의회는 지난달 2015년까지 인구 30만 미만 중소 도시에서는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을 포기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박 당선인이 쟁점으로 떠오른 이미 투자가 이뤄진 점포(기 투자 점포)에 대해서는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주목된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출점제한 시점에 앞서 서둘러 건물 신축허가를 받거나 점포 등록을 추진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대형유통업체의 납품ㆍ입점업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나 가맹점에 대한 불공정행위도 뿌리 뽑겠다고 공언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감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최근 가맹유통과를 가맹과와 유통과로 분리하고 5~6급 직원 9명을 충원해 대형유통업체 전담조직을 더욱 강화했다.

올해만 해도 공정위는 유통관련 4천300여개 납품업체와 핫라인을 구축ㆍ가동하고, 판촉행사비와 인테리어비, 물류비, 반품비 등을 납품업체에 부담시키는 대형 유통업체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 바 있다.

박 당선인이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를 도입할 방침을 밝혀 대형 유통업체의 부담은 더 커졌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대기업의 부당행위로 말미암은 손해에 대해 몇 배로 보상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한 명이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는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는 제도이다.

이 같은 공약이 현실화되면 대형 유통업체는 부담이 커진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민생정부'를 내세운 '박근혜 정권'이 집권 초기부터 재벌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는 강력한 대응을 하지 않겠느냐"며 "대형유통업체가 수많은 납품업체를 상대하는데다가 골목상권 논쟁의 중심에 있어 가장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민주통합당이 집권했을 경우보다는 유통업체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마트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골목슈퍼마켓에 대한 지원도 이뤄질 예정이다.

박 당선인는 '나들가게' 사업을 확산해 2017년까지 2만개의 골목가게를 현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나들가게는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진흥원이 점포 총 면적이 300㎡ 이하인 골목슈퍼마켓을 대상으로 신청받아 자금지원 등을 해주는 점포다.

이와 더불어 소매업체와 중소기업 간의 '매장공유' 모델 등 새로운 업태 모형을 개발할 계획이다.

박근혜 정권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주요 관심사다.

유통법 개정안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을 현행 '자정~오전 8시'에서 '밤10시~오전10시'로 4시간 확대하고, 의무휴업일도 3일 이내로 늘리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당은 대선 이전 처리를 주장해 왔지만 새누리당이 난색을 보여 상정이 늦춰져 왔다.

유통업계는 현재 유통산업발전협의회가 제시한 상생안 수준에서 조정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소 급진적인 유통법 개정안이 새누리당의 지적대로 수정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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