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한국항공우주(KAI)와 인천국제공항 민영화가 차기 정부의 과제로 넘어갔으나 다시 재추진될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더 커졌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문재인 전 통합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KAI와 인천국제공항 민영화에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으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 16일 벌어진 제3차 TV토론에서 "항공우주산업은 KAI를 중심으로 클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민영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수자가 대한항공이든, 현대중공업이든 경남 사천과 진주 일대에 투자를 약속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셈이다.

대한항공은 부산시와 항공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사천지역의 반발이 거세자 부산 테크센터와 유사한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재무 여건상 인수자금과 양 지역에 대한 동시 투자가 어렵다고 본 지역 민심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대한항공은 지난 17일 KAI 본입찰에서 비싸다는 이유로 불참해 유찰시켰다. 표면적으로 내세운 가격은 물론, 당시 유력 후보들이 KAI 매각에 반대와 유보 입장을 각각 취하면서 적잖은 부담도 안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민영화 자체를 무효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대한항공 측은 기대하고 있다. 대신 박 당선인이 '조건'으로 내세운 사천 지역 투자 안을 다듬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 민영화에 대해서도 박 당선인은 후보 시절 국민적 공감대와 동의를 얻어 신중하게 결정돼야 할 문제라고 유보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문 전 후보는 지자체의 공항운영을 허용하고 수익 일부를 지역 환원하는 등 반대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다만, 박 당선인의 비슷한 유보적인 태도에도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는 KAI보다 더 불투명한 상황이다.

새누리당이 세계 초우량기업으로 성장한 인천국제공항의 지분 매각을 추진한 것이 성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내년 세입예산으로 인천공항공사 지분 매각 대금 4천431억원을 편성했다가 국회에 의해 삭감당하기도 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KAI 민영화는 박 당선인 캠프에서 '조건부 매각'으로 견해를 밝힌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대한항공 등이 인수 의지가 있다면 다른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는 새누리당도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KAI와 인천국제공항 지분 매각뿐만 아니고 가스, 발전, 철도 분야에서 추진된 민영화는 일단 새누리당의 재집권으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사안별로 지역의 반대 강도가 다르고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조금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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