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은행권 규제 리스크가 높아질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당선인은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은행도 금융소비자 보호에 주력해야 하겠지만 나머지 금융공약은 대부분 이미 시행 중이거나 현실화되기 어려워 은행이 체감하는 규제 강도는 오히려 완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박 당선인의 금융 관련 공약은 크게 ▲경제 민주화 ▲가계부채 문제 해결 ▲하우스푸어 대책 등으로 분류된다.

이중 경제 민주화 공약이 은행권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경제 민주화 공약은 곧 금융소비자 보호를 의미하고, 금융감독원을 건전성 감독 기구와 소비자 보호 기구로 이원하는 이른바 '쌍봉형(twin peaks)'으로 개편하는 방식으로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쌍봉형 개편은 박 당선인뿐 아니라 문재인, 안철수 전 대선 후보도 모두 언급했던 사안이다.

박 당선인의 측근인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금융연구센터 하반기 정책 심포지엄에서 "감독기구와 금융회사의 유착관계를 확실하게 단절하려면 조직을 분리해 서로 견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쌍봉형 감독 체제 개편에 무게를 실었다.

감독 체제가 이처럼 개편되면 은행 입장에서는 감독기관 둘을 상대해야 한다. 중복 규제로 이어지거나 감독기관간 의견 차이로 규제에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쌍봉형 감독 체제는 국제사회에서도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전세계에서 호주와 네덜란드만 채택하고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 보호 공약을 제외한 나머지 공약인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은 은행권 부담을 오히려 낮출 전망이다.

박 당선인의 가계부채 대책은 '국민행복기금'을 설립해 재활의지가 있는 저신용ㆍ저소득층의 부채를 상당 부분 탕감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민행복기금 재원 18조원은 신용회복기금과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을 모아 1조8천억원을 만든 후 이를 토대로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마련한다.

이고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행복기금 설립은 배드뱅크 설립과 동일한 효과로 은행 수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 밖에 박 당선인은 금융회사가 배드뱅크 이외의 기관에 채권을 매각할 때 의무적으로 채무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출채권 매매시장이 극도로 위축될 우려가 있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 하우스푸어의 상환기간을 늘려주고 금리를 조정해줄 것을 제안했지만 현재 시행 중인 제도라 은행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하우스푸어 대책으로 내놓은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는 자기 집의 일부 지분을 매각해 그 대금으로 은행 대출금 일부를 갚는 방식이다. 하우스푸어로부터 지분을 사들인 공공기관(캠코 등)이 지분을 담보로 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고 이를 통해 금융기관, 공공기관, 연기금 등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마련하게 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은행 입장에서는 하우스푸어 리스크가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실적이 부진한 '신탁후 재임대'와 유사해 시장 반응은 미지수다.

렌트푸어 대책인 '목돈 안 드는 전제세도'는 전세금이 없는 세입자를 위해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금융권 대출을 받고 세입자가 이자를 내는 방식으로 대출을 얻은 집주인에게는 세제혜택을 부여한다.

전문가들은 세제혜택만으로 자신의 집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면서 대출을 받아줄 집주인이 얼마나 될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고은 연구원은 "은행에 대한 추가 규제가 적어질 것이다"며 "특히 가계부채 공약을 살펴보면 현재 시행 중인 내용이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은행주에 적용되는 규제 리스크는 건전성 강화를 위한 보수적 충당금 적립과 배당억제 정책,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자산성장 억제 등을 들 수 있는데 누가 당선이 되건 국내외 환경을 감안하면 계속 적용돼야 할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은 "이번 선거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이 거론되면서 추가적인 규제리스크라 할 수 있는 서민금융 지원 차원의 대출 금리 인하 분위기도 상대적으로 약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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