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규민 기자 =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0일(현지시간) 미국 회사채 거품이 꺼지면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들이 저금리 환경을 기회로 삼아 채권을 대규모로 발행하면서 거품이 형성됐는데 앞으로 금리가 올라 거품이 터지면 발행기업들은 물론 연기금들과 소매 투자자들도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피치는 금리가 소폭 오르면 투자자들이 버틸 수 있겠지만, 금리가 갑작스레 높아지면 생명보험사, 연기금, 픽스트인컴 관련 기관들의 포트폴리오가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이어 금리가 지난해 초 수준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면 'BBB-' 등급의 미국 회사채 가격이 15% 폭락할 수 있고, 30년만기 회사채 가격도 26%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신평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웃지 못할 딜레마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Fed가 초저금리 정책을 계속 추진하면 투자자들을 (금리 상승 시 리스크가 큰) 회사채 시장으로 내모는 것이고, 금리를 더욱 낮추면 회사채 가격이 조정을 받을 위험이 생긴다고 언급했다.

피치는 이번에 형성된 회사채 거품이 터지면 지난 2002년 때보다 손실 규모가 훨씬 클 것으로 예측했다. 당시 회사채 시장이 붕괴한 것은 기업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 해서인데, 현재 금리는 그때보다 두 배가량 낮아서 거품이 꺼지면 시장이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피치는 향후 금리 인상 시기, 속도, 인상 폭이 회사채 리스크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업들이 낮은 금리 환경을 이용해 채권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회사채 시장 규모가 캐우 커지고 있다. 회사채 시장 규모는 미국만 8초6천억달러에 이른다. 미국 회사채 시장의 ¼은 보험사들이 쥐고 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발행된 정크본드 규모는 2천93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0년 전체 발행규모인 2천710억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결과다.

kk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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