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진우 특파원 = 2012년 새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24∼25일)를 앞두고 미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들이 연이어 밴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공격하고 나서 그 배경과 실제 FOMC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공화당의 대선 유력 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버냉키 의장을 해고하겠다고 하자, 롬니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버냉키 의장을 해고하는 것은 물론 Fed 시스템을 금본위제(Gold standard)로 회귀시키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역시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같은 당의 론 폴 하원의원은 평소 흔들리지 않는 그의 성격과는 달리 Fed에 대해선 자주 흥분했고, 경선은 포기했지만 한때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상종가를 쳤던 같은 당의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Fed의 중립성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며 버냉키 의장을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특정 정당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중앙은행을 비난하는 것은 그동안 금리정책 등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던 전례에 비춰볼 때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일단 공화당이 버냉키 의장을 오바마 대통령 편이라고 판단해서 그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화당 입장에서 정적의 편에 있는 버냉키 의장이 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08년 대선 때 존 매케인 진영의 경제수석 자문관이었던 더글러스 홀츠 이킨은 23일 미국 금융 전문 매체인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Fed가 2010년 8월에 단행한 이른바 `QE2(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 조치)'는 시기로 볼 때 정치적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조치였다고 분석했다.

그해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공화당 입장에서 버냉키 의장이 오바마 대통령을 돕기 위해 자산 매입 등의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이 '오바마의 남자'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카토 연구소에서 금융 규제를 연구 중인 마크 캘러브리아 이사는 "버냉키 의장은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수석 경제자문관을 지냈지만) 오바마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Fed가 또 한 번의 유동성 공급 조치로 오바마 진영을 도와줄 수 있는 개연성이 있는 만큼 대선 레이스를 진행 중인 공화당 입장에선 버냉키 의장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대단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공화당 내의 역학관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론 폴 하원의원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금본위제'에 근거한 자율적인 은행 시스템을 주장해왔다.

다른 대선 후보들 입장에선 론 폴 의원과 같은 스탠스를 보이든, 아니면 반대 입장을 취하든, 젊은 층에 어필하기 위해선 무엇인가를 보여야 할 상황인 것이다.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층이 점점 노령화되는 점도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들 입장에선 무시할 수 없는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들 노년층은 연금으로 생활해야 하지만, Fed의 지난 3년간의 결정은 사실상 `제로금리'였다. 연금 생활자로선 최악의 여건이었던 셈이다.

그밖에 2008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Fed가 다소 반시장적 조치를 단행한 점, 그리고 버냉키 의장이 학계를 장악하지 못한 점 등도 공화당이 Fed를 공격하는 빌미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날 미국 경제방송인 CNBC는 1월에 실시한 조사에서 12개월 안에 세 번째 양적 완화조치, 이른바 'QE3' 나올 확률은 4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양적 완화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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