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2일(미국 시간) 뉴욕금융시장에서 주가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새로운 부양책을 발표하지 않은데 실망하면서 하락했다.

유로화도 같은 이유로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나타냈고 미 국채 가격은 ECB 결과에 대한 실망감에 더해 미국 경제지표가 부진하자 상승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하고 유로존을 보호하기 위한 비전통적 조치를 약속했지만 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아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ECB가 공개시장 조작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시장 개입 시기에 대해서는 "우리가 오늘 발표한 것은 강력한 지침이다. 자세한 내용은 몇 주 안에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로존 회원국 정부가 역내 구제기금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구(ESM)가 회원국 국채를 사들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야당인 사민당 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ECB가 국채를 매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은 시간끌기용"이라면서 "유로존 위기를 해결할 방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했다. BOE는 지난달 국채 매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이탈리아 총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유로존 구제기금을 통한 자국 국채 매입을 요청하지 않겠다면서 차입 비용이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구제기금을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미국 경제지표는 혼조세를 보였다.

주간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36만5천명으로 전주보다 8천명 증가했지만 예상치인 37만명을 밑돌았다. 지난 7월21일로 끝난 주간의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당초 35만3천명에서 35만7천명으로 수정됐다.

6월 공장재수주는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0.5% 감소한 4천658억1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0.5% 증가를 예상했다.

◆ 주식시장 =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ECB가 유로존을 지원할 실질적인 대책을 발표하지 않는 데 따른 실망감에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대비 92.18포인트(0.71%) 하락한 12,878.8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날보다 10.14포인트(0.74%) 낮아진 1,365.00에 끝났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0.44포인트(0.36%) 떨어진 2,909.77에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시장의 기대에도 ECB이 금융통화정책회의를 통해 아무런 대책도 밝히지 않은데 따라 하락했다.

이날 ECB는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했다.

ECB의 무대책에 스페인과 이탈리아 은행주가 급락했으며 스페인의 10년물 국채금리는 7% 위로 상승했다.

전날 기술적 문제로 140개 개별 종목의 변동성 거래를 촉발한 나이트캐피털의 주식은 60% 넘게 떨어졌다. 나이트 캐피털은 이 때문에 약 4억4천만달러의 세전손실을 입게 됐다고 밝혔으며 이후 '자본 기반을 강화'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소매업체들의 동일점포 매출은 호조세를 나타냈다.

갭과 타깃, 메이시스 등 모두 예상보다 좋은 매출 실적을 보여 주가는 상승했다. 에버크롬비앤피치는 2분기 이익이 시장 예상의 절반 수준일 것이라고 밝혀 주가는 15%가량 급락했다.

이날 미국의 경제지표는 혼조 양상을 나타냈다.

페이스북은 4% 넘게 하락했으며 기업공개 이후 처음으로 20달러 아래로 밀리기도 했다.

◆ 외환시장 = 유로화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지난주와 달리 알맹이 없는 발언을 쏟아내 미국 달러화와 엔화에 하락했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오후 늦게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유로당 1.2180달러에 움직여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1.2225달러보다 0.0045달러 낮아졌다.

유로화는 엔화에 대해 유로당 95.30엔을 기록해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95.88엔보다 0.58엔 떨어졌다.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달러당 78.24엔을 나타내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78.43엔보다 0.19엔 내렸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드라기 ECB 총재에 대한 실망감으로 유로화가 수주 안에 1.20달러까지 내려앉을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일부에서는 유로 롱포지션 시기임을 주장하고 있으나 대세로 자리 잡기 어려운 주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드라기가 국채 매입 여부를 유로존 정부와 재정 취약국에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결국 ECB의 가능한 조치로 알려졌던 금리인하, 국채 매입, 장기 유동성공급 프로그램 등은 드라기 혼자만의 생각이었을 수 있음을 확인한 하루였다고 덧붙였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 뒤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연 7%를 넘어서 재차 위험존에 진입했다.

◆ 채권시장 = 미국 국채가격은 ECB에 대한 실망감과 미 경제지표 약화에 힘입어 상승했다.

연합인포맥스(6538)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후 4시 현재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채가격은 전날보다 12/32포인트 높아졌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4bp 낮아진 연 1.481%를 기록했다.

3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4bp 밀린 2.552%를 보였다. 5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날보다 3bp 하락한 0.611%를 나타냈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연방준비제도(Fed)와 ECB 모두 경기 부양과 부채 위기 해소를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이에 따라 국채가격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Fed와 ECB, BOE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어떤 조처를 하기 전까지 국채의 안전자산 역할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주 마치 무엇이든 할 것 같은 분위기로 조성했었다면서 그러나 오늘은 원론적으로만 접근하며 부채 위기 해소를 위한 실질적 대책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음날 미 노동부의 7월 비농업부문 고용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어 국채가격 상승폭이 줄어들었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애널리스트들은 노동부의 7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9만5천-10만명 범위의 증가세를보였을 것으로 예상했다.

◆ 원유시장 = 뉴욕유가는 ECB에 대한 실망감으로 유로존 부채 위기 재발 우려가 증폭돼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78달러(2%) 낮아진 87.13달러에 마쳤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유로존 부채 위기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못할 것 같다면서 금융시장의 요구에도 정치적인 반대로 ECB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음이 확인돼 달러화가 유로화에 강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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