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놀라운 식성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주에만 3조원 이상 순매수해 올해 들어 순매수 금액을 4조원 이상으로 늘렸다. 선물시장에서도 매수 우위를 보여, 현ㆍ선물을 모두 사들이는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25일 연합인포맥스 투자자 매매추이(화면번호 3302)에 따르면 외국인은 연초 이후 4조2천883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전 거래일에만 1조4천404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하루동안 1조원 이상 사들인 것은 2000년대 들어 이번을 포함해 5번 뿐이다. 그 중 2번은 블록딜 영향으로, 이를 제외하면 엄청난 매수 규모인 셈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된 작년 8월부터 7조원 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했던 것과 비교하면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 삼성전자 등 시총상위주 매수 = 1조원 이상 사들인 전 거래일 외국인은 삼성전자 한 종목만 3천14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어 현대차 959억원, 하이닉스 920억원, 현대중공업 768억원, LG화학 659억원, KB금융 527억원, POSCO 461억원 등의 순으로 많이 사들였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삼성중공업도 300억원대의 순매수를 보이는 등 IT, 자동차, 화학, 철강, 조선 등 다양한 업종에서 고른 순매수를 보였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8월 이후 시장을 이끌었던 것은 삼성전자 한 종목으로, 업종별 순환매는 이제 시작되고 있다"며 "과거 삼성전자와 다른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괴리율이 높아지면 괴리율이 축소되면서 다른 업종으로 매기확산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선물시장에서도 강한 `사자'를 보여 올해 들어 1천900계약을 사들였다. 이 때문에 지난해 배당을 노리고 들어온 프로그램 매물 압력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깨졌다. 오히려 프로그램이 든든한 주식시장 우군이 되고 있다.

코스피는 외국인 순매수와 방향을 같이해 1,949선까지 올라왔다. 최근 6개월 동안 가장 높은 지수대로, 이제 7개월 동안의 어려움을 견디고 2,000을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외국인 더 살 수 있다 = 공격적인 순매수에도 외국인의 추가 매수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글로벌 자금의 위험회피 성향이 줄어들면서 3주 연속 이머징마켓으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흥국으로 자금이 들어오면서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사들이고 있는데, ETF 형태로 비차익을 통해 매수에 나서는 점이 특징적"이라며 "외국인 매수가 좀 더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여기에 외국인의 숏커버링이 아직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점도 외국인 추가 매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수 상승에도 대차거래와 공매도가 뚜렷하게 감소되지 않아, 아직은 외국인의 본격적인 숏커버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17~20일 공매도 상위종목은 삼성전자(730억원), 현대차(170억원), POSCO(154억원), 기아차(120억원) 순이었다. 지난주 이들 종목의 주가가 많이 올랐음에도 공매도 대상이 돼, 숏커버링 효과는 미미했다.

곽 연구원은 "2,000이라는 강력한 저항선을 넘어서는 원동력으로 외국인의 숏커버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sy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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