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연락처 dollar@kita.net

▲현관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방에서 잠자던 아내가 얼른 남편을 깨웠다. “여보, 도둑이 들었나 봐요. 어떻게 해보세요.” 남편이 이불 속에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놈의 도둑, 현관문 열고 들어오기만 해봐라.” 현관문이 열리고 도둑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이 다시 말했다. “이놈의 도둑, 거실을 뒤지기만 해봐라" 도둑이 거실을 뒤지는 소리가 들리자 남편이 또 말했다. “이놈의 도둑, 안방에 들어오기만 해봐라.” 대담한 도둑은 드디어 안방까지 들어와 장롱이며 문갑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여전히 이불 속에 숨은 채 남편이 다짐했다. “이놈의 도둑, 패물이며 현금을 가져가기만 해봐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도둑이 마침내 현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가자 남편이 이불을 활짝 걷어치우며 말했다. “이놈의 도둑, 다시 오기만 해봐라.”

달러-원 환율의 강력한 하락세가 중요한 레벨인 1,110원을 집어삼키더니 이후 1,100원, 1,090원 등의 지지선을 무력화시켰고, 급기야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1,080원마저 함락하였다. 그런데 달러-원이 파죽지세로 중요한 지지선을 차례로 무너뜨리는 일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불현듯 입으로만 대책을 세우는 남편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게 어찌 된 일인고.

설마(!) 당국이 그처럼 가만히 있지는 않으리라 믿지만(최근에는 1,070원을 막기 위한 노력의 종가관리도 눈에 뜨인다!), 그래도 그렇지... 괜히 입맛이 쓰다. 아베는 작심하고 엔화 약세 방침을 떠벌리고 있고, 미국은 미국대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며 양적완화로 달러를 잔뜩 인쇄하는 중이다. 유럽이라고 돈 푸는 일에는 빠지지 않는데, 정작 우리는 그냥 폼만 잡는 꼴이다. 뭐 우리야 워~낙 경기가 좋아서 환율쯤이야 아무 문제 없다는 건가?

(달러-원 주간전망)

한숨부터 나온다. 글 첫머리에 환율 이야기를 하였지만, 솔직히 달러-원 전망에 대하여서는 별로 할 말도 없다. 추세가 워낙 뚜렷하니 삼척동자도 달러-원은 하락할 것이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거꾸로 워낙 달러-원의 하락세가 깊었으니 당국이 그냥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환율이 매번 중요한 레벨에 걸리고 있으니 이건 차트의 문제가 아니라 당국과 시장의 문제로 바뀌었다.

당국이 종가관리라도 하여 조금 힘을 쓴다면 1,070원이나마 지켜질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이제까지 환율이 그러하였듯 줄줄 힘없는 하락세로 흘러내릴 판국. 어쭙잖게 전망이라는 글을 쓰려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그동안 환율이 많이 하락하였던지라 기술적 지표들이 죄다 바닥권에 처박힌 것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차트로야 언제건 환율은 반등할 수 있다. 반면에 그동안의 하락세가 별다른 저항 없이 내내 잘도 이어졌으니 앞으로도 여세를 몰아 달러-원이 더 하락한다고 하여 이상할 것 역시 없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이다. 내가 달러-원 차트를 볼 때마다 심각한 기술적 분석의 한계를 실감할 수밖에.

다만, 그래도 차트를 보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분석이라도 한다면... 1,070원은 지켜지리라 생각된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12월말이기 때문이다. 거의 북 클로징까지 다 한 마당에 악착같이 1,070원마저 무너뜨릴 독한(!) 딜러가 설마 있을까? 둘째. 기술적지표들이야 의당 바닥권인데, 그 영향인지 지난주에도 한차례 그리고 그 전주에도 역시 또 한 번 1,070원 수준에서는 자율적으로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아무리엉터리라도 기술적지표들이 과매도국면이면 시장이 하락하는 한쪽 방향으로만 내내 쏠리기는 어렵다. 더구나 1,070원이 무너지면 금세 1,060원 초반인즉 일단은 호흡조절이라도 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거야 원... 전망이 아니라 거의 ‘짐작’ 수준이니...)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코스피지수 차트의 첫 느낌은 ‘다이버전스(divergence)’이다. 주식시장의 움직임과 기술적지표의 움직임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발견된다. 그리고 예전에 항상 그랬듯 다이버전스가 나타났을 때 추세는 어김없이 뒤바뀌는 법이다. “이번만은 다르다”는 말은 절대 성립하지 않는다.

물론 다이버전스가 나타난다고 하여 당장에 추세가 고꾸라지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시차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결과는 어쨌든 매한가지이다. 시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방향이 뒤바뀌는 경우는 없다. 역사의 진리이다. 틀림없다. 장담한다. 더구나 대부분의 기술적지표에서 다이버전스가 발견된다. RSI, 스토캐스틱 같은 평범한(?) 지표는 말할 것도 없고, Qstick, CMO, IMI, Inertia, SMI 등등 다소 생소한 여러 지표들에서도 죄다 다이버전스가 엿보인다. 주가는 오르는데, 기술적지표의 고점들은 주저앉는다. 전형적인 약세 다이버전스이다.

물론 큰 흐름은 아직 상승세이다. 일목균형표로 판단하건대 추세는 아직도 굳센 상승세일 뿐이다. 구름의 상단은 현재의 주가수준에서 까마득한 아래, 1,937에나 있으니 올해 안으로 그걸 뚫고 내려갈 리는 만무하다. 기준선, 전환선도 쌩쌩하니 언감생심, 하락세를 당장 떠벌릴 수는 없다.

이번 주 전망은 지난주와 같다. 나는 지난주에 소폭의, 미약한 단기조정을 예상했다. 이번 주도 비슷하게 움직이리라 생각된다. 단기지표가 주춤거리는 꼴을 보아서 비록 주가가 오르지 못하고 주춤거리기는 하겠지만, 조정이라고 해보았자 단기조정, 소폭의 ‘찔끔’ 조정에 그칠 것 같다. 더구나 거래일도 달랑 3일 남았는데 변동폭이 커보았자 얼마 되지도 않을 사. 추세변화는 내년에나 생각해도 되겠다. 단, 다이버전스에는 신경 써야 한다.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여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그냥 넘어갈 수 있나. 독자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서울=연합인포맥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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