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Passion & Patience Always(언제나, 정열과 인내)'

김택중 현대증권 IB부문장의 메신저에 쓰여 있는 말이다.

실제 김 부문장은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은행(IB)에 도전코자 하는 분들은 정열과 인내심을 가지고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그의 인생흐름에서 엿볼 수 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김 부문장은 경제학을 부전공했다. 부전공이 흥미를 느낀 그는 주전공을 뒤로한 채 대학원에서 달러-원 환율에 대한 논문으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김 부문장은 본격적으로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한다.

달러-원 환율에 대해 논문을 썼듯 외환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1995년 외환은행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다.

창구에서 어음을 다루는 기초적인 일로 시작했다. 이어 외환딜러로서 초 단위로 변하는 환율에 촉각을 세워야 했다. 더불어 외화채권까지 다뤘다.

5년간 다양한 경험을 하던 중 IMF가 터졌다.

당시 외화채권을 다루던 그에게 부실채권 처리로 유명한 세계적 회계법인 아서앤더슨이 손을 내밀었다.

채권에 대해 일가견이 있던 김 부문장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외화채권의 유동화를 다뤘던 그로서도 IMF라는 혼란한 시기에 큰 경험을 해볼 기회였다.

김 부문장은 특히 기억에 남는 딜로 대우캐피탈 매각을 떠올렸다.

당시 아서앤더슨이 딜로이트에 인수되면서 그는 2005년 16개의 금융사가 채권을 가진 대우캐피탈 딜을 다룰 수 있었다.

대우캐피탈은 지난 1999년 대우사태가 터질 때부터 채권단이 공동관리를 해왔다.

대우증권은 채권단 중에서도 가장 많은 대우캐피탈 채권을 가지고 있었다. 약 3천억원 규모였다. 전체 채권 중 30%다.

냉정하게 판단했다.

김 부문장은 일단 가치평가를 통해 자동차 할부채권을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리파이낸싱을 했다.

그다음 무상감자를 단행해 전체 자본금을 2천500억원으로 줄였다.

지분은 신한은행과 아주산업이 공동으로 투자하게 하였다. 당시 아주그룹과 신한은행은 대우캐피탈 전체 발행지분의 51%(1천275억원)를 인수하게 된다.

지분과 부채의 리파이낸싱이 잘 진행된 덕분이다.

김 부문장이 맡은 부실채권은 정리가 잘 됐고, 대우증권은 이후 3천억원을 회수할 수 있었다.

동시에 한국 금융사의 한 획이 그어졌다.

대우증권은 당시 엑시트한 자금으로 사모펀드(PEF) 회사를 세웠다. 업계는 당시 생겨난 사모펀드들을 두고 두 번째 등급(Second-tier) 수준의 사모펀드들이 나타난 시점으로 본다.

아주그룹에 인수된 대우캐피탈도 이듬해 4천412억원의 매출과 671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고, 이후 상장까지 성공했다.

상승가도를 달리던 그는 올해 1월부터 현대증권에서 IB부문을 지휘하게 됐다.

김 부문장은 현대증권에서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전통적으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기업공개(IPO)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매출의 50%가량을 차지했다.

이제는 현대증권이 대체투자와 구조화 채권, 크로스보더 딜 등을 다뤄 기존 전통적 IB를 탈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김 부문장의 생각이다.

그는 "현대증권은 형제애가 있는데, IB에서 이 정도의 끈끈함을 보이는 곳은 없다"면서 "조만간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개인적으로 그는 IB사람들에게 '창의성'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김 부문장은 "지금까지는 딜이 생기면 증권사가 나서는 구조였다"면서 "이제는 딜을 만들 수 있는 증권사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정과 인내'의 중요성이 여기서 나온다.

그는 "나는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여러 분야에 도전을 해보자"면서 "분명히 훗날 통섭을 할 수 있는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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