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정권 말 낙하산 인사는 잘못된 일이라며 인선시 전문성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이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면서 이명박 정권 들어 공기업은 물론 정부 입김이 강한 금융회사까지 학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형성된 낙하산 관행에 대규모 수술 작업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특히 2013~2014년에 임기 만료가 집중된 금융 공기업과 금융지주회사 최고경영자들이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당선인이 이들을 '낙하산'으로 볼 경우 이명박 정권 초기와 마찬가지로 일괄 사표를 받을 수 있는 반면 '전문성'으로 보면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25일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봉사활동을 마친 뒤 "최근 공기업ㆍ공공기관 등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서 보낸다는 이런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는데 다음 정부나 국민께도 큰 부담이 되는 일이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의 말은 정권 말 낙하산 인사에 대한 견제의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 정권 말을 맞아 나눠먹기식으로 공기업 감사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이달 들어서만 청와대 비서진 4명이 공기업과 공공기관 임원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유현국ㆍ박병옥 비서관이 KOTRA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감사가 됐고 이성환 비서관과 유정권 경호처 관리관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한국감정원 감사로 선임됐다.

정권 말 낙하산 인사가 횡행하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도 한동안 인사권이 제약을 받는다. 박 당선인의 '낙하산 발언'은 현 정권에 대한 견제구인 셈이다.

박 당선인의 말은 또한 이명박 정권과 달리 집권 후 학연과 지연에 따라 측근을 무작정 내려 보내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반면 현 정권 때 임명된 인사를 '낙하산'으로 볼 경우 임기와 관계없이 중도 사임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특히 금융 공기업과 금융회사에 넓게 퍼져 있는 'MB맨(이명박 대통령의 사람들)'의 거취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내년과 내후년에 임기 만료를 맞는다.

금융회사에서는 우선 자타가 공인하는 MB맨인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내년 7월 임기가 끝난다. 이어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2014년 3월 만료된다.

금융 공기업에서는 지난 여름 이사장 공모를 둘러싼 파행 끝에 재연임된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의 임기가 내년 7월 마감된다. 안 이사장은 퇴임 기자회견까지 여는 등 퇴임 절차를 밟았으나 내정설이 돌며 이사장 공모가 없던 일이 된 데 따라 재연임됐다.

이명박 정권은 초기인 2008년 5월 금융공기업과 금융회사 기관장에 대한 물갈이 작업에 나선 바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8개 금융공기업 중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와 김규복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한이헌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조성익 증권예탁결제원 사장은 재신임을 받지 못했다. 박대동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이철휘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재신임을 받았다. 당시 공모 중이던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적임자를 찾기 위해 재공모를 실시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산하 금융공기업 기관장인 양천식 수출입은행장과 홍석주 한국투자공사(KIC) 사장도 교체됐다.

예보가 최대주주인 5개 금융기관 중에서는 방명민 서울보증보험 사장만 유일하게 임기를 보장받았고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과 박해춘 우리은행장, 정태석 광주은행장, 정경득 경남은행장은 모두 교체됐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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