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동부그룹은 내년 씀씀이를 최소화할 생각이다.

그동안 인수ㆍ합병(M&A)을 통해 성장한 것과 확연히 다른 행보다.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시작한 글로벌 경제위기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지속돼 불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동부는 달러-원 환율을 1,050~1,070원으로 잡고 내년 경영계획을 세웠다.

미국의 양적완화(QE) 등 경기부양대책에 따라 달러 유동성이 넘쳐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국제신용평가사가 대한민국의 신용등급을 격상한 만큼 원화 강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전자계열의 중심축인 동부하이텍의 경우 제품 판매와 원자재 구매 등 모든 거래를 달러로 하고 있어 환율 변화에 따른 영향은 크게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환 헤지에 대해 '노하우'가 있어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대우일렉을 인수하더라도 큰 걱정은 없다는 것이 동부의 생각이다.

우려하는 것은 자금 조달시장의 경색이다.

동부 관계자는 "최근 우량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해도 미매각 물량이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 자금 시장은 현재 상황보다 더욱 좋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실제 '웅진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이 급속도로 어려워져, 당국도 회사채 시장을 살리고자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부는 대우일렉 인수를 끝으로 자금집행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동부 관계자는 "기업 자금은 주로 설비투자와 기업 인수ㆍ합병 등에 크게 소요되는 경향이 있다"며 "당분간 큰 자금 집행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부는 자금 조달 시장의 경색이 가시화된 만큼 내부적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분주하다.

지난 2분기부터 영업이익 부문이 흑자 전환한 동부하이텍을 중심으로 믹스드 시그널(Mixed Signal) 제품을 내년에는 더욱 많이 내놓을 계획이다.

대우일렉은 중동과 북아메리카 등 여러 곳에 강력한 판매망을 보유해 동부전자계열의 영업력을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동부 관계자는 "동부는 시스템 반도체와 전자재료, 로봇, 발광다이오드(LED) 등 이미 전자사업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았다"며 "대우일렉 인수를 통해 '소재-부품-세트'로 이어지는 전자사업 수직계열화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자금집행의 최소화는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동부화재를 제외한 동부그룹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49%로 현재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10년째 맺고 있다.

동부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은 꾸준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룹차원의 성장동력으로 추진 중인 화력발전사업은 내년 2월께 당진에서 첫삽을 뜰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동부의 불안한 재무구조를 들어 수조원이 들어가는 발전 사업참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발전사업이 안정적 수익창출을 대상이고, 이 때문에 산은을 비롯한 시중은행에서 브릿지론과 프로젝트파이낸싱에 참여하려는 수요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과도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동부 관계자는 "내년은 일단 종합전자그룹으로서 도약하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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