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발행시장을 중심으로 스트립 채권에 대한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장기투자기관들의 연말 자금 집행 수요에 따라 20년물 국고채 입찰 등을 통한 스트립(STRIP) 채권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국고채 금리가 대부분 구간에서 정체된 모습을 보이지만 장기물 시장의 꾸준한 스트립채권 수요는 장기금리의 상방 경직성을 강화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6일 채권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1월에는 국고20년물 입찰 등의 영향으로 약 6천549억원 가량의 스트립 채권이 발행됐다. 지난 10월은 2천696억원, 9월과 8월에는 각각 5천200억원과 2천504억원의 스트립 채권이 발행됐다.

스트립 제도란 이표채권의 원금과 미래의 이자금액을 분리해 무이표채권의 형태로 거래할 수 있도록 지난 2006년 도입된 제도다. 기존의 이표채(일정한 기간에 따라 이자를 지불하는 채권)가 스트립 제도를 통해 다양한 만기의 무이표채(만기시 이자와 원금을 일시에 상환하는 채권)로 전환되는 것이다.

장기투자기관의 장기 무이표채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 장기채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고안됐다. 보험사는 스트립채권으로 위험기준자기자본제도(RBC) 제도에 대비해 부채와 자산 간의 듀레이션을 좁힐 수 있다. 기존에는 실제 듀레이션이 이자로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기존의 만기보다 크게 줄어들게 되지만, 스트립을 통해 분리된 원금채권만을 보유하게 되면 기존 만기가 그대로 실제 만기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보험사들의 스트립 수요가 늘어난 데는 연말을 맞아 자금 집행 여력이 늘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국고채 20년물 민평금리가 4%를 상회하면서금리도 비교적 매력적인것으로 분석됐다.

보험사들의 수요는 10년 만기 이상의 원금채권에 집중되고 있다.

A증권사 딜러는 "지난달 국고채 20년물 낙찰 금리가 4.01%에 결정되면서 스트립 수요가 늘어났다"며 "보험사들은 20년물 4% 이상에서는 채권 자금을 꾸준히 집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스트립채권은 보험사 입장에서 부채와 자산 간 듀레이션을 좁힐 수 있는 유리한 상품"이라며 "또한 스트립채권은 액면가의 50~60%의 자금으로 사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B외국계은행 딜러는 "현재 연말을 맞아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금을 집행해야 하는 보험사들이 스트립채권을 찾고 있다"며 "지난달의 경우 국고채 20년물 현재 지표종목의 마지막 발행이란 점에서 스트립 수요가 더욱 늘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스트립채권 수요는 장기금리가 현재 수준보다 더욱 낮아지지만 않는다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당분간 20년과 10년물 등의 국고채 입찰도 시장에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증권사 딜러는 "스트립 제도를 통해 분리된 채권은 금리 수준도 높아지고 수요자 입장에서 듀레이션을 보다 늘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다만 그동안 스트립채권 발행이 크게 늘지 않았던 것은 단기 구간의 이표채 수요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의 스트립 채권 수요는 장기금리의 상방 경직을 강화하는 요인"이라면서도 "다만 스트립 채권이 꾸준히 늘어나기 위해서는 10년 미만 구간의 이표채 수요가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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