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연기금의 여유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투자풀(이하 연기금풀)의 주간운용사로 새로 선정됨에 따라 연기금풀을 둘러싼 경쟁체제가 본격적으로 막을 열었다.

기획재정부는 28일 서초동 조달청에서 투자풀운영위원회를 열고 한국투신을 새로운 연기금풀 주간운용사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1년 연기금풀 제도가 도입된 이후 줄곧 주간운용사를 맡아왔던 삼성자산운용의 독주체제가 11년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한국투신은 시스템 구축 등의 준비과정을 거쳐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연기금풀 주간사 업무를 시작할 전망이다.

▲삼성이 자초한 연기금풀 경쟁체제= 삼성운용의 연기금풀 주간운용사 '12년 아성'을 무너뜨린 것은 다른 자산운용사가 아니라 다름 아닌 삼성운용 자신이다.

연기금풀 주무부처인 재정부가 서둘러 연기금풀 관리감독 개선안을 만들고 당초 예정보다 빨리 새로운 주간운용사를 선정한 데에는 삼성운용이 부당하게 자산을 운용했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올해 7월 내놓은 '기금의 자산운용 등 평가실태' 감사보고서에서 연기금풀 주간운용사인 삼성운용이 일부 자금을 수년간 직접 운용하거나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자전거래'를 실시하는 등 규정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삼성운용이 규정을 어기고 예탁받은 자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하위운용사에 배정하지 않고 직접 운용했고, 펀드 간 정기예금을 거래하면서 법으로 금지된 자전거래를 한 것이 들통난 셈이다.

이후 재정부는 연기금풀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개선안의 하나가 주간운용사 경쟁체제 도입이다. 연기금풀 예탁규모의 증가 등 여건변화에 맞춰 운용성과를 높이고 기금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연기금풀 어떻게 바뀌나= 이번에 한국투신이 연기금풀의 주간운용사로 선정되면서 당분간 11조원에 달하는 예탁규모를 놓고 삼성운용과 한국투신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신은 내년 업무 시작일부터 앞으로 4년간 연기금풀 주간운용사의 자격을 취득했으나, 지난 2009년 주간운용사로 재선정된 삼성운용의 지위도 내년 12월 말까지는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들 주간운용사는 업무범위에 제한 없이 경쟁하고, 개별 연기금은 삼성운용과 한국투신 등 2개의 주간운용사를 자율적으로 선택해 여유자금을 맡기게 된다.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연기금풀의 예탁규모는 평잔을 기준으로 11조6천억원 수준이다. 연기금풀에 여유자금을 맡기는 기금은 55개에 달한다.

당분간 한국투신의 열세가 예상된다. 한국투신은 본격적인 자산운용을 위해서 업무를 위해 시스템 구축 등의 시간이 필요하다. 연기금 풀 운용에 필요한노하우 등을 고려할 때 삼성운용의 독주체제가 당장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강하다.

그러나 운용자산의 다변화라는 기금운용의 기본적인 특성을 감안하면 현재 삼성운용에 집중된 연기금풀 위탁자산이 점차 한국투신으로 집행되면서, 삼성운용의 아성도 도전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자산운용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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