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연말ㆍ연초 국제금융시장은 숨 가쁘게 돌아갈 것 같다.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고 일본은 새 정권 출범 이후 엔화 약세를 주도하고 있다. 유럽에선 이탈리아 정치권 이슈가 중요한 변수다.



◆미국, 재정절벽으로 떨어지나 =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 마감 시한은 12월 31일(미국 현지시간)이다. 미국 정치권이 이 시한 내에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미국은 재정절벽으로 굴러 떨어지고 만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 정치권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민주ㆍ공화 양당지도부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만났다. 그러나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입장차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 지도부가 상·하원을 모두 통과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자신이 생각하는 방안을 의회 찬반 표결에 부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당은 연내 협상 타결을 강조하고 있으나 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공화당은 30일 오후 하원 전체 회의를 소집하고 다음 달 2일까지 회기를 연장할 방침이며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 날 NBC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재정절벽 이슈에 대한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엔저 시대와 막오른 환율전쟁 = 지난 16일 총선에서 자민당 정권이 출범한 이후 일본 언론에선 연일 신조어가 나오고 있다. 아베노믹스, 아베트레이드, 아베 버블 등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의 이름을 빗대어 만들어낸 말이다. 아베노믹스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일본은행을 주물러 엔화를 마음껏 찍어내는 정책을 말한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일본 주식시장이 급등하는 현상을 아베 트레이드라고 부른다. 그러나 주가가 너무 급하게 올라 거품논란에 휩싸이면서 아베 버블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아베 신조어의 탄생은 일본이 경제부활을 목표로 하는 일본 새 정부의 의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새 정부는 환율조정, 국채발행, 추경편성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동원할 태세다. 특히 환율 문제에 동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BOJ의 '군기'를 잡고 있다. 일본이 환율에 영향을 미칠 방법 중 가장 현실성 있는 것이 BOJ의 '엔화 찍어내기'이기 때문이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BOJ 총재는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12월 통화정책 회의 직후엔 아베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상이 취임하자 그를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일본의 엔저 정책은 글로벌 환율전쟁을 유발할 방아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엔저 정책은 기본적으로 근린궁핍화 정책이다. 이웃나라의 희생을 바탕으로 자기 나라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엔화가 떨어지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무역수지에 직접 영향을 준다. 엔저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에도 우려 요소다.



◆유럽발 불안 뇌관…伊 정치리스크 = 이탈리아는 내년 2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리스크에 휩싸여 있다. 탈세와 성추문 등 온갖 구설에 올랐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정치계에 다시 복귀한 가운데 '슈퍼 마리오'로 불리며 이탈리아의 긴축정책을 주도했던 마리오 몬티 전 총리와 총선에서 승부를 겨룰 것으로 예상된다.

중도우파인 베를루스코니가 총선에서 이겨 집권하게 되면 몬티가 추진했던 개혁정책을 뒤엎을 것으로 전망된다. 베를루스코니 특유의 퍼주기 경제정책이 남발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이탈리아 경제는 다시 혼돈에 빠지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리스크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몬티 전 총리는 중도파 연합에 합류해 총선에 참여하기로 했다. 종신 상원의원인 그가 총선에 직접 출마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속한 중도파 연합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총리직에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

현재 몬티의 중도연합은 24%의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어 제1당이 되기엔 충분하지 않다. 30%의 지지율을 기록해 제1당이 예상되는 중도좌파 민주당과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중도파 연합이 협력해 정권을 잡으면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민주당 당수가 총리가 되고 몬티가 경제장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이탈리아 리스크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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