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등 금융통화위원 7명은 새해부터 깊은 고민에 빠질 것 같다. 글로벌 경제가 좀처럼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은 가운데 가계부채 문제와 원-엔 재정환율 절상 등으로 국내 경제의 경쟁력도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통화정책 어떻게 해야 가계에 도움될까 = 특히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가계의 재무 상태에 대한 금통위의 고민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금통위가 가계 부채 문제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질타한 바 있다.

실제 가계는 늘어나는 빚 때문에재무여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개인 신용평가사인 코리아크레디트뷰로(KCB) 연구소의 '개인신용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6월 29.9%였던 가계의 재무여력비율이 지난 6월 기준 9.7%로 줄었다. 재무여력비율은 가구 연소득에서 연간 신용판매 이용금액과 원리금 상환액을 빼고서 다시 가구 연소득으로 나눈 것이다.

이 데이터는 금융위기 이후 소득 여건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빚만 늘어난 데 따라 가계의 상환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금통위가 내년도 통화정책 방향에서 "필요하다면가계부채의 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정부와 협조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가계의 이런 재무적 상황을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면서 이미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고민을 커밍아웃한 바 있다. 김총재는 당시 "(기준금리 인하로) 물가상승, 가계부채 등의 우려가 있는 것은 안다. 금리를 내리면 금리, 성장 경로를 통해 가계부채 상환에 도움이 된다. 저축은 줄어들 수 있지만 현재 이미 저축률이 낮아서 문제는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하가 오히려 가계부채 문제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선진국과의 환율전쟁도 골칫거리= 환율전쟁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선진국의양적완화(QE) 정책에 따른 외국 자본 유출입 문제도 금통위의 새로운 골칫거리다.

당장 일본은 아베 내각 출범과 동시에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공격적 완화조치를 잇따라 내놓을전망이다. 이미 골드만삭스,제이피모건 등 해외 IB들은 빠르면 내년 1월21~22일 BOJ 통화정책회의에서 아베 총리가 언급한 +2%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채택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미 실시하고 있는자산매입 프로그램도 규모를 확대하고매입자산 범위도 회사채, CP,ETF, J-REIT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도 '에번스 룰'이 파격적인 제도까지 도입하며 무차별적인 양적완화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환율전쟁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지난 12일(미국시간) "실업률이 6.5%를 웃돌고 인플레이션이 2.5%를 밑돌면 초저금리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힌 게 에번스 룰의 골자다. 통화정책 결정을 위한실업률과 인플레이션 등 경제지표 목표치는 최고 수준의 기밀을 요구하는 사항이다. 이런 목표치까지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달러화를 찍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미국의 사정이 절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미국,일본이 양적 완화 등을 통한 무차별적 환율전쟁을 공언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중앙은행만 무방비로 버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금통위원들은 새해 벽두부터 나라 안과 바깥 사정을 살피느라 머리가 꽤 아플 것 같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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