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꽁꽁 얼어붙은 투자 심리가 무색하게 유통 맞수 롯데와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활발한 기업 인수ㆍ합병(M&A)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경기 침체 여파에 대기업 확장에 대한 규제까지 덮쳐 매물만 늘어날 뿐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드물어 M&A 시장은 혹한기를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는 롯데와 신세계는 M&A를 통한 전통적인 유통 채널 확장은 물론이고, 새로운 사업 진출과 해외 사업 확대까지 나섰다.

특히 두 그룹의 오너는 각자 오랜 기간 염원했던 사업 분야의 매물이 나오자 과감한 베팅에 나서는 통 큰 면모를 보였다.

2일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인 롯데쇼핑과 롯데자산개발, 롯데호텔 등이 M&A 시장에 얼굴이 내밀었다.

롯데쇼핑은 4분기 중 작년 M&A 시장의 핫이슈 딜이었던 하이마트 인수를 완료했다.

인수가격이 1조2천500억원에 달하는데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등 넘어야할 벽이 많았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꿈인 가전양판점 사업 진출을 막지는 못했다.

M&A업계에서 '짠돌이'로 유명한 롯데가 경쟁자인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가격 수준에 맞춰 일사천리로 하이마트를 인수한 것은 신 회장의 의지를 보여준다.

롯데쇼핑은 그랜드백화점 수원 영통점과 그랜드마트 인천 계양점을 사들이며 기존 유통 채널도 강화했다.

해외 진출도 속도를 냈다.

롯데자산개발은 중국 청두시가 주관하는 진장구 판청강 지구 4ㆍ7ㆍ8호의 개발 프로젝트를 낙찰받았다. 롯데호텔은 베트남의 레전드 호텔을 인수했다.

롯데는 합병 작업도 숨 가쁘게 진행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8월 롯데스퀘어를 합병한 데 이어 11월 롯데미도파 흡수도 완료했다.

롯데삼강은 지난해 1월 웰가, 10월 롯데후레쉬델리카와 차례로 합친 데 이어 이번 달 롯데햄까지 합병해 신선식품 부문의 중추가 된다.

롯데의 석유화학 계열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은 지난달 합병, '롯데케미칼'이 공식 출범했다.

롯데의 맞수 신세계도 만만치않은 M&A 행보를 보였다.

신세계 계열 조선호텔은 지난달 관세청 승인을 무사히 받으며 파라다이스면세점 인수를 완료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그간 면세점 사업 진출을 염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신세계는 비주력사업 정리 차원에서 매물로 나온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경쟁자도 모르게 빠른 속도로 단독 인수하는 사업 수완을 과시했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을 두고 인천시-롯데 측과 법적 분쟁을 벌인 신세계는 강남점이 입점한 센트럴시티 인수에도 성공했다.

M&A업계에 따르면 센트럴시티 인수전에는 국내외 대기업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신세계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인수를 이뤄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마트도 NS마트를 인수하는 등 전투력을 강화했다.

또 지난 8월에는 강원도 속초의 동양그룹 소유 동양리조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와 신세계는 올해도 영토 확장에 나설 것"이라며 "그간 큰 폭으로 사업을 성장시키며 자금력을 충분히 확보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요즘 대기업도 M&A에 몸을 사리는 분위기지만, 롯데와 신세계는 다르다"며 "방심하면 경쟁사에 기존 사업 부문이나 새로운 성장동력도 뺏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어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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