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외국인이 국내 주식에 1조원이라는 `통 큰 베팅'을 했다.

과거 일회성 이벤트가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어, 과거와 달리 추가 매수, 추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5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은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은 33.2%로, 최근 3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004년 44.35%까지 치솟았던 외국인 보유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절정이던 2008년 후반께 27.82%까지 떨어지기도 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가파른 확장세다.

이는 외국인의 한주간 순매수 강도가 2003년 이후 표준편차 영역까지 올라올 정도로 강한 매수세의 결과다.

실제 전 거래일인 20일, 외국인은 1조4천404억원을 순매수했다. 1조원 이상 순매수는 2000년대 들어 이번을 포함해 다섯번째다.

이날도 오전 10시11분 현재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천423억원을 순매수하며 개인과 기관의 매물을 받아내고 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05포인트(1.13%) 오른 1,971.94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의 힘이 더해지면 2,000 돌파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되지만,과거만을 두고 보면 외국인의 대량 순매수는 `일단 조심하라'는 신호였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과거 1조원 이상의 대량 매수 패턴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하루 1조원 이상의 대량 매수는 일단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 1조원 이상 순매수 사례를 보면, 작년 7월8일 1조7천억원의 순매수는 KB금융 블록 딜 효과였고, 2007년 10월11일 1조6천억원 순매수 역시 필립스가 당시 LG필립스LCD 보유지분을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한 영향이었다.

2009년 9월18일 1조4천억원 순매수는 2008년 FTSE 선진지수 편입 결정 1년 경과 후 실제 지수 반영을 위한 유럽계 패시브 펀드 유입에 따른 일시 효과였다.

지난해 9월 1조1천억원의 대량 매수 역시 외국계 단일 창구(노무라 창구)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등 일시적 요인에 기인했다.

다른 이유로 주식을 대규모로 샀기 때문에 과거 1조원 이상 순매수 당일 코스피는 약보합 내지 1% 이상의 상승을 보인 적이 없었다.

이후 추세적 주가 상승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고, 오히려 대량 매수 이후 주가가 단중기 꼭지였던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런 이벤트가 없다. 지난 20일 코스피가 2% 가까이 급등하는 등 주가 반응도 달랐다.

또 신흥국 주식으로 3주 연속 자금 유입이 수반되는 등 주변 자금 여건이 다르고, 외국인 보유잔고 대비 주간 순매수 강도의 4주 이동평균이 표준편차 영역에 들어가는 등 과거 대비 강도가 훨씬 크다.

코스피가 고점권이 아닌 아닌 박스권 상단 부근에서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순매수가 발생했다는 점 역시 차이점이다.

이 연구원은 "이번에는 미국 경기개선과 유로존 우려완화, 중국 경기부양 기대와 함께 연초 이후 유로화와 디커플링을 보인 아시아 통화 강세 전환이 신흥국 주식으로의 단기 자금 유입을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 매수로 박스권을 탈출하는 구도라면 지금이라도 주식을 담아야 하는데, 작년 8월5일 2차 급락시 만들어진 1,967~2,115 구간의 갭을 메우는 과정에서 단숨에 2,000 지수대를 수용하는 모양이 될 텐데 현재로서는 부담스럽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최근 대량매수로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비중이 최근 3년동안 최대치에 다다른 만큼 외국인이 여기서 더 매수한다면 일단 오버슈팅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그는 "만약 1월 FOMC에서 주택경기 부양을 위한 신규정책이 발표되거나, 금리동결 전망이 2013년 중순 보다 더 이어질 것을 시사 할 경우라면 시장이 이것을 QE3로 인식하고, 외국인 주도의 주가 상승이 더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ksy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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