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금융업종 주가가 실적 악화 전망에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금융업종은 연초 이후 모두 7.21% 오르며 코스피 상승률을 앞질렀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금융업종 주가에 실적 악화 가능성이 이미 반영됐다고 25일 진단했다. 또 유로존 국채 발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미국 은행 실적도 호조를 나타내며 국내 금융업종도 상승세를 탔다고 분석했다. 악재는 선반영됐고 호재가 새로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25일 연합인포맥스 업종ㆍ종목 등락률(화면번호 3211)에 따르면 금융업종은 연초 이후 7.21% 상승하며 전체 23개 업종 중 8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26.80% 하락하며 21번째 상승률을 보인 지난해와는 대비되는 흐름이다.







<연초 이후 업종ㆍ종목 등락률(화면번호 3211)>

금융업종은 오는 2월 발표될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당초 전망보다 악화될 것으로 점쳐지는데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은행권이 현대건설 매각익으로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당기 순이익을 거두자 KB와 신한, 우리, 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한 해 실적이 1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었다.

그러나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둔화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사회공헌 확대로 4분기 실적이 악화되며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실적은 9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실적 악화 전망에도 금융주가 상승하는 것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은행권 실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되며 주가가 이미 하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악재가 선반영된 셈이다.

금융업종은 기업은행이 사회공헌 확대로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고 공시한 연초에 집중적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악재를 이미 소화한 금융업종이 유로존 국가들의 성공적인 채권발행과 미국 상업은행(CB)들의 실적 호조 등에 힘입어 반등세를 탔다고 진단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투기등급까지 내린 포르투갈이 성공적으로 국채를 발행하며 국내외 주가가 상승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나 웰스파고와 같은 CB들의 실적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으며 대출영업 위주인 국내 은행의 주가도 힘을 받을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업이 빠르게 회복된 경험도 주가가 상승하는 원인이 됐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완화될 조짐을 보이자 투자자들의 관심은 회복세가 빠를 것으로 점쳐지는 업종에 몰렸고 금융업이 수혜를 봤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융업종 호조로 외국인이 국내 금융주를 사들이기 시작하면 주가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봤다.

이상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지역 금융기관에 장기대출(LTRO)을 통한 유동성 공급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LTRO 시행 후 단기 금융경색 지표들이 개선되고 유로존 재정부실 국가의 채권 발행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LTRO와 같은 대규모 유동성 공급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신흥국 인플레이션 촉발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소재업종보다 금융업종이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CB들의 실적개선은 미국 경제지표가 호전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고용 있는 회복이 대출성장을 일부 이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곽 연구원은 "한국 금융업종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85배로 0.873배인 미국의 78%다"며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2008년 이후 한국과 미국의 금융업종 PBR 상관계수가 0.89를 기록할 만큼 동조화 경향이 강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금융주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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