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엔화 약세가 거침없이 계속되고 있다. 엔화는 지난 9월말 77.50엔을 찍은 이후 약 3개월 동안 상승행진을 펼치며 14%나 올랐다. 7일 현재 달러-엔은 1달러당 88.31엔을 기록 중이다. 유로-달러에 밀려 주목을 끌지 못하던 달러-엔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엔화가 달러당 90엔을 넘는 것은 물론 100엔 근처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엔화가 올 연말께 97엔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고 전망을 고수해왔던 HSBC도 3월말 엔화 전망치를 76엔에서 82엔으로 낮추며 입장을 바꿨다. 일본 정부에선 엔화 환율이 달러당 85~90엔선에 머무는 것이 적당하다는 공식 멘트를 내놓고 있으나 엔화가 여기서 더 떨어져도 굳이 불만을 표시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가 떨어지는 건 ▲일본 새 정부의 엔화 약세 정책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확대 ▲美 경기회복 기대와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엔화의 하락은 미국과 일본의 환율전쟁 변수와 맞물려 있다. 미국과 일본은 각자 환율을 유리하게 만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이 1~2차 양적 완화에 이어 3차 양적 완화로 달러 약세를 유발한 데 대응해 일본도 적극적인 엔저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일본이 정권 교체 이후 가장 먼저 추진한 게 엔화 약세 정책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금융상은 지난달 28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환율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미국이 환율 문제와 관련해 필요한 일을 해야 하고, 강한 달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일본 새 정부가 미국에 환율전쟁의 포문을 연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은 통상 환율 문제에 대해선 공식적인 멘트를 자제한다. 그들은 오직 정책으로 말한다. 지난 몇 년간 달러방출을 일삼으면서도 미국 정책당국자가 환율 얘기를 입에 올린 적은 한 번도 없다. 미국은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대고 있으나 환율 효과를 통한 수출경쟁력 강화라는 실리도 동시에 챙기고 있다.

미국은 아직 안심할 정도로 경기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양적 완화 정책을 거둬들이기 어렵다. 경우에 따라 달러방출의 양을 늘림으로써 달러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의 재정절벽 문제다. 지난주 재정절벽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으나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美 국가부채 상한 확대 등 남은 쟁점을 놓고 백악관과 공화당이 2월까지 양보 없는 혈전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이른바 '2월 절벽', '재정절벽2'이라고 부른다. 연준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비상 카드'를 쥐고 있어야 한다. 미국이 2월 절벽에 빠지는 경우를 대비해 연준이 '달러 풀기'와 같은 비둘피파적인 정책 스탠스를 나타내면 외환시장의 엔화 약세 분위기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국제경제부장)





(그림설명:달러-엔 일봉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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