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연초부터 외환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새 정부가 서민과 중소기업에 우호적인 환율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하면서 공격적인 절상 베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선거가 선거가 실시된 지난해 12월19일 이후 달러원 환율은 종가기준으로 11.10원,엔원 재정환율은 66.32원이나 절상됐다.









<달러-원 환율 일일차트>









<엔-원 재정환율 일일차트>



외환당국은 투기적 움직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시장과 지리적으로 괴리되면서 어려움이 직면하고 있다. 환율정책의 사령탑인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이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시장과 심리적 괴리감이 심해지는 것이다.

국제금융국에 마련된 딜링룸도 세종시로 이전한 탓에 서울외환시장의 내밀한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천청사 시절에는 수시로 외환시장 참가자들과 인적 물리적 접촉을 하면서 시장과 교감의 틈을 메웠다.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외환당국자들이 시장과 접촉하려면 자리를 비우고 서울로 와야 할 실정이다. 시간이 돈인 몸 값 비싼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세종시로 내려와서 시장 분위기를 전달해줄 리 없기 때문이다. 설사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시간을 내서 세종시로 내려오더라도제대로된 식당 한 군데 없는 열악한 주변 여건이다.

당국자들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북한이 로켓을 전격 발사했을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말한다.

작년 12월12일. 그날은 마침 기획재정부가 세종시로 이사를 가던 날이었다. 재정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 소식에 거시금융경제회의 소집 등 긴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그나마 마지막 순간까지 서울외환시장 동향을 모니텅리하기 위해 과천에서 기능을 유지했던 외화자금과 딜링룸이 중심이 되어 대응했다. 이미 세종시로 내려가 있던 경제정책국은 부랴부랴 상경하면서 딜링룸에 남아 있던 데스크탑PC를 빌려쓸 수 있는 지 타진해야 했고, 국제금융라인도 과천에 있던 외화자금과에 있던 데스크탑으로 시장 안정 조치 등의 문건을 작성해야 했다. 외화자금과 딜링룸이 시장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과천청사에서 마지막 소임을 다해 다행히 당시 외환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당국의 신속한 초동대응과 북핵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둔감해진 시장의 학습효과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기재부는 적잖이 당황했다. 당시 대책 마련에 관여했던 고위 관계자는 "이런 상황 등을 고려하면 외자과 딜링룸 기능만이라도 서울에 두는 방안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환율전쟁 등을 감안하면 외환당국의 체제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당국자의 지적이 엄살은 아닌 것 같다. 각종 고급 시장 정보가 모여있는 서울과 세종시의 당국이 괴리되는 데 따른 국가적 리스크관리를 위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차원에서도 검토해봐야할 사안이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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