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은행이 농협은행과 기업은행, 수협은행 등 특수은행의 유동성 리스크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이라고 지적하자 농협은행이 발끈했다.

한은이 유동성 평가 잣대로 사용한 '유동성불일치지표(LMI)'가 금융권에서 통용되지 않는 지표라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8일 농협과 기업, 수협은행 등 특수은행의 LMI가 2005년 이후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준으로 상승한 후 금융위기 이후에도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LMI는 은행의 자산과 부채간 유동성 불일치 정도를 종합 측정하는 지표다. 부채(자본을 포함한 자금조달)의 유동성 지수에서 자산(자금운용)의 유동성 지수를 차감한 값으로 정의한다.

한은은 특수은행들이 자금조달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잔존만기 1년 이내 은행채와 기업예금을 크게 확대한 데 따라 LMI가 금융위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들이 정부 시책에 따른 특수 목적 은행인만큼 유동성 리스크가 크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지만 농협은 발끈했다.

농협은 같은 날 보도 해명자료를 배포하고 한은이 사용한 LMI가 공인된 유동성 리스크 관리지표가 아닌 학문적 연구 지표라고 반박했다. 금융권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지표라는 것이다.

농협은 또 한은이 농협을 기업 및 수협은행과 한데 묶어 평가한 데 대해서도 "유동성은 개별은행마다 다르다"고 지적했다.

규제감독 지표상으로는 농협의 유동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농협은 "현재 농협의 금융감독원 기준 유동성 비율은 116%로 감독규제비율보다 46%포인트나 여유가 있다"며 "바젤Ⅲ 기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지난해 9월 기준 120%로 금융권 최고 수준이다"고 했다.

LCR은 은행들이 위기시 현금이 단기에 빠져나가는 사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급격한 자금유출이 30일간 지속되는 위기 상황을 가정하고 은행이 충분한 수준의 고유동성 자산을 쌓도록 하는 바젤Ⅲ의 대표적 유동성 규제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2019년부터 LCR 기준을 100% 적용할 예정이다.

농협 관계자는 "바젤Ⅲ 유동성 규제가 시행돼도 농협은 기준보다 20%포인트 정도의 유동성 여유가 있다"며 "공인된 유동성 지표로는 최고 수준이다"고 강조했다.(산업증권부 이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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