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금금리 인하ㆍ국채 매입도 없을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10일 열리는 새해 첫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0.75%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독일 경제의 성장이 멈췄지만, ECB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이번 달에도 기준금리가 유지되면 6개월째 동결되는 셈이다.

ECB는 지난해 7월 기준금리인 '레피(Refi)' 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0.75%로 인하하고 나서 지금까지 동결해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달이 아니라도 1분기 중으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해 12월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일부 위원들이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드라기 총재는 당시 정책위원회가 금리 동결이라는 컨센서스에 이를 때까지 광범위한 토론을 벌였다고 말해 시장에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심어줬다.

그러나 이후 ECB 관료들은 더 낮은 기준금리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통화정책이 이미 매우 완화적이라고 진단했다.

이브 메르쉬 ECB 집행위원은 한 독일 신문 기고문에서 "문제는 금리 수준이 아니라 낮은 금리가 필요한 곳에까지 전달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0.0%로 인하된 예금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도 작다.

켄 와트렛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예금금리가 이번 회의에서 마이너스(-)로 인하될 확률을 10%로 매우 낮게 본다"며 "ECB가 마이너스 예금금리의 효과를 확신하지 못한다면 왜 현재 상황에서 모험을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국채 매입 등 이례적인 조치도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해 9월 새로운 유로존 국채 매입 프로그램인 'OMT(outright monetary transaction)'를 실행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 가동되지 않았다.

이는 국채 매입을 할 수 있다는 발언만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안정되면서 스페인이나 다른 재정위기국이 ECB에 도움을 요청할 만큼 급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이 안정됐고 최근 경제지표가 대체로 긍정적이었기 때문에 ECB는 현재로서는 조처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유로존의 11월 소매판매는 5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했고 12월 소비자심리는 약간 개선됐다.

또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2.2% 상승해 2년 만에 가장 작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유로존의 경제 펀더멘털은 여전히 취약하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유로존 실업률은 11.8%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업자는 특히 유년층과 재정위기국에 집중됐다.

실업률이 상승하면 잠재성장률이 깎이며 정부의 사회보장성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재정 긴축을 단행하는 유로존 정부들에게 이는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최근 독일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현저한(noticeable)' 위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분데스방크는 이에 앞서 지난달 초에 독일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의 1.6%에서 0.4%로 대폭 하향하면서, 독일이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내년 1분기에도 정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3년의 핵심 주제는 경제 성장이나 성장세로의 복귀"라면서 "하지만 불행하게도 ECB가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추가로 할 수 있는 조치가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티안 슐츠 베렌베르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기 회복이 올해 하반기 이후로 지연될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온다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다시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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