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카드사와 대형마트 간의 무이자 할부 중단 논란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과 사태 해결을 위해 물밑에서 논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에 대해 근본적 수준에서부터 견해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의 '극적인 인식 전환' 없이는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카드사들이 잇따라 무이자 할부 기능이 있는 상품 소개와 출시에 열을 올리는 것도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있다.

▲무이자 할부 중단…논란 핵심은 = 9일 카드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개정된 여전법은 '대형 가맹점은 판촉행사 비용의 50%의 초과 부담을 카드사에 요구하면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카드사들이 전액 부담하던 무이자할부 비용을 백화점과 할인마트 등 연매출 1천억원 이상의 대형 가맹점이 분담해야 한다.

대형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들이 져야 할 무이자 할부 관련 비용을 카드사에 전가하는 것을 막겠다는 게 개정안의 취지다.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려는 경제민주화 움직임과도 맥이 닿는다.

하지만 대형마트 등 대형 가맹점들은 개정안에서 말하고 있는 무이자 할부 관련 비용이 '판촉행사 비용'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드사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라는 설명이다.

이때문에 대형마트는 카드사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벌이는 무이자 할부 전략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분담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카드사의 마케팅비용을 왜 대형마트가 50대 50으로 분담해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야 한다"며 "'여전법에서 그렇게 정하고 있다'는 식의 논리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면 카드업계와 금융당국은 여전법 취지에 맞게 대형마트 등 대형 가맹점들이 일부 부담을 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그간 카드사가 부담했던 무이자 할부 관련 비용 부담을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경제민주화 기류와 맞물려 정상화하려는 것"이라며 "그런 취지로 여전법이 개정됐고 대형 가맹점들도 이에 따라야 한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대형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인상 잡음부터 무이자 할부 논란까지, 제도 조기 안착이 목표인 금융당국은 '원칙대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카드사 임원들에게 여전법에서 정한대로 협상을 진행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결 물꼬는 언제쯤 = 양측이 이처럼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가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형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인상에서부터 무이자 할부 중단 논란까지, 카드업계와 대형 가맹점들 간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과의 이자비용 분담이 없는 상품을 속속 내놓으려는 것도 장기화 조짐과 무관치 않다.

일부 실적이 좋은 고객에 한해 특별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도 중단 사태 장기화에 대응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카드사 관계자는 "우리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고객 이탈 등에 따른 수익 감소 등 부담 요소는 있지만 일단은 법대로 한다는 입장"이라며 "기존 무이자 할부 혜택이 있는 상품들을 고객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고지하고 있고 특별 행사도 준비중이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대형 가맹점들과 논의를 계속해서 하고 있기 때문에 의외로 문제가 쉽게 풀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무이자 할부 중단 시기가 길어지면 양측 수익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이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3개월 무이자 할부 거래가 중단된 첫 주말인 지난 5~6일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의 매출이 소폭으로 줄었다. 업계 평균으로는 4%가량 감소했다.

무이자 할부 거래 중단이 지속될 경우 매출 감소폭도 커질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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