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들이 '낮은 자세'를 유지한다며 명함까지 만들지 않았지만, 이렇듯 '무명'을 자처하는 이들에게 축하 난(蘭)을 보낸 국내 굴지의 금융지주사 A회장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인수위가 '줄 대기'를 방지하려고 애쓰는 와중에 A회장이 축하 난을 보낸 것은 적절하지 않은 처신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A회장은 지난 8일 류성걸 의원(새누리당) 등에 난 화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류 의원은 인수위에서 국내외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경제1분과 간사를 맡고 있다.

A회장이 보낸 난 화분은 경제1분과 사무실에 자리 잡지는 못했다. 인수위가 화분이나 화환 같은 축하 선물을 될 수 있으면 돌려보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경제1분과 사무실에는 현재 난 화분이 없다"며 "A회장이 보낸 난을 돌려보냈는지 폐기 처분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각종 '호가호위(狐假虎威)'식 로비를 방지하려고 명함도 만들지 않고, 인수위를 거친 청탁 관행을 끊겠다는 강한 의지를 공언한 상태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지난 9일 삼청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인수위는 업무 보고 진행 시 낮은 자세를 유지하고 부처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자세를 견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명함을 사용할 경우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겸손한 자세를 유지한다는 차원이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세'로 여겨지는 금융지주 회장이 인수위에 축하 선물을 보낸 것은 어떤 의미로든 적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A회장이 근무하는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회장이 직접 난을 보냈겠느냐"며 "보좌진의 잘못으로 생각해달라"고 해명했다.(산업증권부 이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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