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지난 10일. 교보생명 자산운용 담당 임원들과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이 마주했다.

연봉 인상과 복리후생 문제를 놓고 사측과 노조가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게 아닌, 특정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과 노조 집행부가 간담회를 연 것은 이례적이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 자리에서 6~7명의 자산운용 부서 임원들은 노조 집행부에 자사 자산운용 현황을 설명하고 운용 전략을 소개했다.

저금리 상황이라며 사측이 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강조하는데 왜 이런 주문이 나오는지를 노조 측에 전하고 설득하기 위한 자리였다.

노조 측도 임원들에게 구체적인 역마진 상황과 대응 논리 등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보험사에 감도는 위기감이 이들을 마주하게 한 셈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간담회는 저금리 상황에서 사측의 위기 강조 분위기가 지속되자 직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마련됐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의 이 같은 '소통' 움직임이 금융권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각사마다 매년 적절한 시기에 경영현황 설명회를 열어 직원들에게 경영 전략과 현황을 설명하곤 한다.

하지만 회사 핵심 부서 임원들이 총출동해 노조와 마주한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설명회'라는 틀 안에서 사측이 노측에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번 간담회처럼 노조가 물으면 사측이 답하는 형식을 취한 것도 긍정적이다.

특히 보험사의 자산운용이 저금리 상황에서 회사의 운명을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하다는 점에서 해당 부서 임원들이 직접 입을 연 것도 '소통'의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자산운용 전략은 외부는 물론 회사 내부적으로도 연관 부서를 빼고는 베일에 가려있는 게 보통의 경우이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의 한 임원은 "이와같은 노사간의 소통 노력이 금융권의 선진 사례가 될 것으로 본다"며 "금융 뿐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노사간의 신뢰가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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