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관투자자 가운데 하나인 국민연금에 대해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이런저런 개혁 방안을 내놓으면서 백가쟁명식 논쟁이 일고 있다. 특히 인수위원회가 기초노령연금 등에 대한 국민연금의재원 분담론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쟁이 격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기초노령 연금 재원을 국민연금이 분담할 경우 연금제도의 기본 틀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금이 부의 재분배 기능에지나치게 많은 재원을 투입할 경우'내 노후는 내가 책임진다'는기본 철학까지 훼손될 수 있다.인수위는65살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공약 실행에 필요한 재원의 일부를 국민연금 보험료에서 충당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연금 지급에 필요한 추가 재원, 연간 7조원의 20~30%가량인 2조원 안팎 수준을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에서 조달하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일부 연금 전문가들은 보편적인 기초연금 지급에 연금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최근의 연금 개혁 방향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연금개혁 방향은 기초노령연금, 일정한 소득이 있으면 강제로 가입해야 하는 국민제보험 형태의 연금, 개인연금 등 3층 이상의 다층적 구조의얼개로 짜여져 있다.

연금에 가입할 능력이 없어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의 노후는 기초노령연금이, 소득이 있는 대부분 국민들은 국민제보험 형태의 연금이, 추가적인 노후 대비는 개인차원의 연금저축이나 보험 등이 분담하는 구조다.

이 가운데 기초노령연금은 저학력.저소득 등으로 연금을 들 여력이 없어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을 구제하는 복지의 성격이 크다. 부의 재분배인 셈이다. 이런 부의 재분배는 연금이 아니라 조세정책이 담당할 몫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의견이다. 연금을 통해 내 노후를 책임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가가 책임져야할 최소한의 복지 성격인 기초노령연금까지 연금이 분담한다면 부담이 가중되는 후세 납입자를 중심으로 거센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연금개혁의 성공적 사례로 손꼽히는 칠레는 우리나라의 연금 개혁 방향에도 시시하는 바 크다. 칠레는 우리나라보다 10년 정도 앞서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했지만 이 부분을 조세의 몫으로 규정하고 있다.

필자가 지난 2004년 연금개혁 사례를 취재하기 위해 칠레를 찾았을 때연금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연금기금관리(AFP) 관계자들은 연금과 세금의 역할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당시 AFP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관청인 AFP감독국의 최고 책임자는 "연금이 왜 소득 재분배를 고려해야 하나?. 연금은 내 노후를 준비하는 최소한의 보루다. 부의 재분배는 정부가 조세 정책을 통해 재정으로 모색해야지 개개인의 노후 대비책인 연금에 책임을전가해서는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연금제도를 들여다보는 인수위 관계자들이 한 번씩은 되뇌어볼 필요가 있는 충고인 것 같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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