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코스피가 2.000선 진입 문턱에서 소폭 조정 국면을 맞자 외국인 주도의 국내 증시 상승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초 1,826선에서 시작한 국내 증시는 전일 기준으로 지난주에만 74포인트, 저점 대비해서는 106포인트가 올랐다.

외국인이 하루동안 1조원어치의 현물을 사들이는가 하면 선물거래에서도 정규와 야간거래를 막론하고 매수세를 강화한 덕이다.

그러나 사실상 외국인이 이끄는 급등 부담과 유럽 관련 이슈 잡음이 맞물려 나타나면서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단 아래를 봐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방 리스크를 지적하는 증권사 보고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인다고 국내 증시가 계속해서 오를 것이라고 보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올해 들어 주가 상승률이 높은 국가들을 보면 작년에 수익률이 좋지 않았던 국가들 순서"이라며 "펀더멘털 자체보다 가격변수 측면에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들어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펀더멘털 호조에 기인한 상승이 아닌, 단순 가격 매력에 의한 주가 상승이 자칫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글로벌 안전 자산 선호가 완화된 반대급부적 매수세에 의한 상승 우려도 있다.

그는 "현재 외국인의 매수세는 올 상반기 상당한 수급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 수준에서는 추가적 상승보다는 1,950 아래 방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의 매수세를 따라 시장에 뛰어들기보다는 차분하게 완급 조절을 하고있는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 흐름을 따르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기관은 올해 초부터 외국인 수준만큼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매수 흐름을 보였고 최근 2거래일에는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기관은 전일 5천399억원을 매도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03년 이후 외국인 보유잔고 대비 순매수 금액 비중의 4주 이동 평균값이 0.31%까지 오른 것은 외국인 순매수가 1차 한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직은 하방 리스크를 고려할 단계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매에서 단순 차익거래성 매물이 다량 들어왔기 때문에 단기간 유출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여건이 긍정적으로 조성되고 있어 당분간은 외국인의 현물 매수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도 "작년에 외국인이 워낙 많은 물량을 팔았기 때문에 털고 나간 것에 대한 보완으로 봐야 한다"며 "사실 외국인의 국내 보유 주식 비중 확대가 크게 의미있는 수치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회복 국면에서 외국계 자금이 갈 데가 없다"며 "신흥국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데 이정도 규모의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 군데 뿐"이라고 설명했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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